2019년 여름, 비엔나를 여행할 때였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그리고 비엔나를 함께 여행하던 친구와 도나우 운하에 위치한 도심 해변에 갔었다. 흥겨운 음악과 선베드, 모래사장 한가운데 위치한 조그마한 바에서는 사방에서 밀려오는 주문을 받아 맥주병을 따거나 칵테일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했다. 무얼 마실까 고민하고 있자 호스트가 친구에겐 맥주를, 나에겐 후고Hugo를 추천해주었는데, 추천하면서 오스트리아에 왔으니 이곳의 음료인 후고를 마셔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작년, 다시 비엔나로 돌아가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여름이 한창일 때 야외 좌석은 늘 만석이었고, 후고 주문은 그에 비례하여 늘어났다. 누군가 처음으로 후고를 주문했을 때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나중에서야 그 여름날에 내가 마셨던 음료가 이것이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첫 모금에 그리 인상적인 술은 아니지만, 싱그러운 민트 잎과 큼직한 얼음 조각들, 땀을 흘리는 둥그런 유리잔만큼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이보다 더 상큼해 보이는 조합은 없을 것이다. 또, 술에 탄산 등을 섞어 알코올이 그렇게 세게 느껴지지 않아 무더운 여름의 낮에 선택하기 부담 없는 음료인 것 같다.


  다른 유럽 지역의 바나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후고를 찾을 수 있는 지는 모르겠다. 이 술이 탄생한 건 오스트리아 남부의 남티롤 지역이다. 다른 오스트리아 지역은 물론이고 인접한 지역인 스위스나 독일에까지 음료가 전파되었다고 한다. (나에게 오스트리아에 왔으니 후고를 마셔보라고 했던 호스트의 말이 나름 이유가 있는 말이었다.) 원래는 프로세코*를 베이스로 하는 술이지만 많은 식당에서는 좀 더 저렴하게 화이트 와인에 소다를 섞어 프로세코를 대체하기도 한다(내가 일했던 식당도 그중 하나였다).

  재료만 있다면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후고에서 가장 핵심은 프로세코(혹은 소다와 섞은 화이트와인**)과 홀룬더Holunder 시럽. 홀룬더는 영어로는 elderflowr라고 하는데, 인터넷에 엘더플라워 시럽이라고 치면 구매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홀룬더 시럽은 약간 달달하면서 동시에 씁쓸하고도 밍밍한, -말로 표현하기 약간은 복잡한- 맛을 낸다. 독일어권에서는 거의 모든 식당에서 홀룬더 시럽을 섞은 소다나 물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그냥 탄산수나 물에 홍초나 매실 진액처럼 타 마셔도 되고 이렇게 화이트 와인과 함께 섞어 후고를 제조해 마셔도 되기에 활용도는 높다. 

  남은 재료는 민트 잎과 라임 조각, 얼음, 그리고 탄산수(만일 프로세코가 아닌 화이트와인과 탄산수를 섞은 것, 혹은 스파클링 와인을 쓴다면 생략해도 된다). 유리잔에 240ml 정도의 프로세코를 채우고, 15ml 정도(그러니까 홀짝홀짝 두어 번 정도)의 엘더플라워 시럽을 더한다. 다음, 탄산수를 10-20ml 정도로 살짝 부어준 후, 라임을 두세 조각 정도 넣고 간단히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얼음 큐브를 한 스쿱 부어준 뒤 잎이 붙어있는 민트 줄기를 푹 담가 마무리하면 끝. 엘더플라워 시럽이나 생 라임 같은 구하기 조금 까다로울 수 있는 재료가 포함되어 있지만, 지치는 여름날에 여유로운 휴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음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프로세코는 이탈리아의 백포도주 종류로 탄산이 함유된 와인이다. 

 **프로세코가 없다면 다른 스파클링 와인을 써도 되는데, 일반 화이트와인만 있다면 와인과 탄산수를 1대 1의 비율로 섞어주자. 이때 화이트 와인은 가급적 단 맛이 적거나 없는, 드라이한 와인이 좋다. 

 

  레시피가 너무 간단하기에 하나만 소개하기 아쉬워, 후고만큼 많이 만들었던 여름철 음료 하나를 더 소개하겠다. 아페롤Aperol을 넣어 만든 탄산 아페롤Aperol gespritzt. 빨간 아페롤의 색깔은 유혹적으로 보이면서도 나에겐 기침이 나올 때 먹는 시럽처럼 생겼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그 이미지 때문인지 맛도 어쩐지 술보단 약 맛에 가깝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이건 어디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후고와 마찬가지로 베이스는 프로세코이지만 역시 화이트와인과 탄산수 섞은 것을 사용해도 된다. 6대 4의 비율로 프로세코와 아페롤을 섞어 준 뒤, 아페롤 비율 절반의 양만큼 탄산수를 부어준 뒤 얼음 큐브와 오렌지 한 조각을 넣어주면 끝! (레시피 상 정확한 리터로는, 60ml의 프로세코, 40ml의 아페롤, 그리고 20ml의 탄산수이지만 비율에만 유의해 마시고 싶은 양만큼 제조하도록 하자) 오렌지 조각은 필수적이라기보단 데코레이션의 의미가 더 강하니 굳이 넣어줄 필요는 없겠다. 만일 사용한다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로 넣기를 권한다. (껍질의 향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적인 부분에서도 벌거벗은 오렌지가 술잔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안 넣으니만 못할 것 같다)

 

  푸릇푸릇한 후고와 태양의 붉은 강렬함을 담은 탄산 아페롤, 이 둘의 조합을 생각하니 여름 한낮의 태양이 오히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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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량주라는 술을 알게 된 건 초등학생 시절 가족들과 상하이 여행을 갔을 때였다. 둥그런 판이 식탁 위에서 돌아가는 어느 중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 갓 되었던 동생이 물을 마시다 그대로 뱉어내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연신 기침을 해댔다. 무슨 일인고 하니 동생이 물인줄 알고 하얀 도자기 잔에 담긴 고량주를 그대로 들이켰던 것이다. 목이 타는 것처럼 뜨겁다고 하는 동생을 보며 저렇게 무서운 술을 왜 마시나 의아했었다.

 

  그랬던 나는 1교시 수업이 있는 전날 슈퍼에서 파는 가장 싼 고량주를 퍼마시는 사람으로 자랐다(물론 딱 한 번이었지만). 고량주는 비싼 술인줄 알았는데 소주 살 돈으로도 살 수 있다는 놀라움에 까짓거 한 번 사보자는 마음으로 구매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됐다) 

  여튼 그때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고량주는 역시 마시면 위험한 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살았는데, 어떤 가족 모임에서 고량주를 건네받은 적이 있다. 고량주라면 학을 떼고 있었는데 막상 받아든 잔에서 너무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이건 내가 알던 고량주가 아닌데, 과연 같은 술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그때 마셨던 고량주로 진정한 고량주의 맛을 깨달았던 것 같다. 코로 맡아도 좋았던 향은 입 안에서는 더욱 강렬하게 퍼지고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따갑다거나 독하다는 생각이 들긴 커녕 따뜻하니 좋았다. 소주같은 술을 넘기고 나서 올라오는 지독한 알코올 냄새도 없는 깔끔한 뒷맛까지. 이제라도 고량주의 참맛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투명한 증류주를 백주라고 한다*. 고량주는 바로 이 백주에 속하는 술이다. 위 사진을 보면 백주를 만드는 원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아래에는 뜨거운 물이 끓고 있고 중앙에는 발효시킨 곡물, 그리고 가장 위쪽에는 찬 물이 위치한다. 곡물로는 쌀, 밀, 보리, 수수 등등이 사용되는데 바로 여기서 수수가 많이 들어간 술에 바로 고량주라는 이름이 붙는다. 고량이 즉 수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오늘 추천하는 연태 고량주 성분표를 보면 물과 함께 수수 말고도 보리, 밀이 더 들어간다).

  연태 고량주는 중국 연태(옌타이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량주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연태 고량주가 그렇게 유명한 술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중국 식당을 중심으로 유통되어 유명해졌다고. 본토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 술인지는 몰라도, 내가 마셔본 바로는 향긋한 고량주의 맛을 느껴보기에 손색이 없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맛있게 즐기게 싶다면 지삼선**같은 기름지고 짭짤한 중국 요리와 함께 마시기를 추천한다. 

 

*누런 술은 황주, 포도주처럼 붉은 술은 홍주. 중국에서는 색에 따라 술의 종류가 구분된다.

**감자, 가지, 고추를 한 번씩 튀겨내 달큰하고 (취향에 따라서는 칼칼하게) 볶아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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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친구들과 칵테일의 밤을 보내곤 했다. 친구가 일하는 바에서 얼음을 한 상자 얻어오면, 집 부엌에서 룸메이트끼리 모여 온갖 종류의 칵테일들을 제조해 마시는 간단한 술 파티이다. 나는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데에는 별로 취미도 없고 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 항상 만들어주는 것을 얻어마시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피스코 사워는 그간의 칵테일의 밤에서 마셨던 그 무수히 많은 칵테일 중 내 마음속 1위를 차지한 술이다. 라임즙을 섞어 만든 칵테일은 그 새콤함이 매력이지만, 종종은 너무 강렬한 새콤함에 혀가 얼얼해져 마시기 부담스러워질 때도 있는데, 피스코 사워는 그 이름에도 '사워(sour)'가 들어갈 만큼 새콤하면서도 계란 흰자가 그 신 맛을 부드럽게 감싸주어 첫 모금부터 목 넘김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피스코가 보드카나 진만큼 흔하진 않은 데다 조금 생소한 앙고스투라 비터스라는 음료까지 들어가 집에서 만들어먹기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지만, 혹여나 레시피를 읽고 흥미가 생긴다면 집에서 직접 재료를 구입해 만들어 볼 수도, 혹은 칵테일 바에서 주문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칵테일의 기본 술은 피스코. 피스코는 페루와 칠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이다. 발효된 포도주스를 증류해 만드는 술이며 16세기 스페인 정착민들이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오루조*라는 술의 대안으로써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재 아직도 페루와 칠레 사이에선 피스코의 유래가 어느 지역인지를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재료는 라임(즙)과 설탕 시럽, 그리고 계란 흰자. 설탕 시럽은 뜨거운 물과 설탕을 1대 1의 비율로(설탕이 잘 녹지 않는다면 뜨거운 물을 조금 더 부어준다) 섞어서 만들면 된다.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앙고스투라 비터스가 필요하다. 이는 비터스라는 술 종류의 한 브랜드인데, 이 음료만을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 마지막에 한 두 방울 첨가해 더 풍부한 맛을 내는 용으로 사용한다. 이제 각얼음과 음료를 섞을 수 있는 셰이커만 있다면 준비 끝. 

 

*오루조는 즙이나 기름을 만들기 위해 압착하고 남은 포도나 올리브, 또는 다른 과일 찌꺼기들을 증류해 만든 술이다. 

 

  우선은 셰이커에 피스코 55ml, 라임즙 30ml, 그리고 15ml의 설탕 시럽을 넣어준다. 좀 더 강한 맛을 원한다면 피스코 60ml도 괜찮다. 더 달큰하게 마시고 싶다면 역시 설탕 시럽을 20ml 정도로 넣어주면 된다. 여기에 계란 흰자 30ml를 넣는다. 계란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잔에 계란 한 알에서 나오는 흰자가 쓰인다. 그다음 셰이커를 닫고, 30초 정도 강하게 흔들어준다. 계란 흰자가 부드러운 크림을 만들 때까지 섞어줘야 하기 때문에 아주 강하게 30초를 쉬지 않고 흔들어야 한다. 계란 흰자는 오래 섞으면 섞을수록 부드러워지니 더 많은 거품을 원한다면 좀 더 오래 흔들어주면 된다. 그다음, 여기에 각얼음을 (셰이커 절반이 찰 분량으로) 넣고 다시 10초간 흔든다**.

  이제 음료를 잔에 담아준다. 얼음과 함께 담아도 되고, 체에 음료만 걸러서 담아도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는 게 싫어 음료만 담아 마셨다. 피스코 사워는 보통 Coupette라는 잔에 담아 마신다고 한다.

  음료를 잔에 담았다면 이제 계란 흰자가 잔 윗부분에 마치 맥주 거품처럼 하얗게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앙고스투라 비터스를 3방울에서 1대시(=대략 10방울) 정도 떨어트려 주면 된다. (앙코스투라 비터스는 애초에 이렇게 마지막에 첨가하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입구도 다른 술들과는 달리 방울로 떨어트리기 좋게 생겼다.) 이름처럼 씁쓸한 맛이 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몇 방울 떨어트릴지 결정하자.

  앙고스투라 비터스는 라임즙이나 계란 흰자처럼 필수적인 재료는 아니지만, 향을 더 풍부하게, 그리고 맛을 좀 더 복합적이게 만드므로 한 번쯤 도전해보아도 좋을 재료이다. 

 

 

coupette glass

 

  **이렇게 얼음을 넣기 전에 음료만 먼저 섞는 것을 드라이 셰이킹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거의 모든 칵테일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레시피를 적으며 혹시 집에 셰이커가 없는 경우 대체할 수 있는 기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 보았는데, 각 얼음이 강하게 부딪히는 충격을 견뎌야 하고 흔들기 쉽도록 가벼워야 하며 칵테일의 시원함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소재의 대체물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리 비싼 셰이커를 살 필요는 없으니 만 원 안 쪽의 셰이커 세트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번 두면 언제고 다시 쓸 일이 있을 테니까.

 

  피스코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다른 칵테일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기에 보드카나 진 같은 활용도가 높은 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오직 피스코 사워를 만들어 먹기 위해 피스코를 산다고 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만큼 맛있는 칵테일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피스코 사워와 잘 어울리는 페루 요리의 레시피도 찾아 도전해봐야겠다.

 


  🍸  피스코 사워 간단 정리  🍸

 

   준비할 것 : 피스코, 라임(즙), 계란 흰자, 설탕 시럽, 앙고스투라 비터스, 각얼음

 

   1. 셰이커에 피스코 55ml, 라임즙 30ml, 설탕 시럽 15ml, 그리고 계란 흰자 30ml를 넣는다. 

   2. 셰이커를 닫고 30초 이상 세게 흔든다.

   3. 섞인 음료에 각얼음을 넣고 다시 10초 간 세게 흔든다.

   4. 잔에 음료를 담고 앙고스투라 비터스를 3-10방울 정도 떨어트려 마무리한다. 

 


  + 이번 레시피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Danke für das Rezept und deine Hilfe, mein Ivan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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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레시피는 럼을 이용한 칵테일인 모히또이다. 이름부터 어쩐지 이국적이면서도 시원한 기운을 풍기는 게, 어라 여름에 어울리는 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바닷가에서 먹을 법한 요리와 곁들여 먹으면 한겨울에도 마치 지금 당장 쿠바의 해변가에 누워 태양빛을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줄 수 있는 겨울철 별미라고 소개하겠다. 더구나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그리워지는 때에 유사 여행같은 느낌도 낼 수 있다는 것은 덤.

 

  준비할 재료는 간단하다. 민트, 라임, 흑설탕, 얼음, 소다(탄산수), 그리고 럼. 재료들을 굳이 셰이커에 넣고 흔들어 섞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 역시 어렵지 않다. 민트는 줄기에 잎파리가 달린 것으로 준비하면 된다. 잔은 그냥 평범한 유리잔. 너무 낮은 높이의 잔은 술이 넘쳐 흐를 수 있으니 높이가 어느정도 있는 잔으로 준비하자. 얼음은 앞서 모스코뮬을 만들 때 썼던 것과 같은 종류의, 각얼음보단 더 잘게 갈린 얼음을 쓰는 게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각얼음으로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니 이것은 각자 취향대로.

  민트 잎은 8장 정도 줄기에서 떼어내 컵에 담아준다. 얼음보다 먼저 민트 잎을 컵에 깔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라임은 역시 즙을 짜서 준비한다. 30ml 정도 필요하다. 라임 즙이 준비되었다면 민트가 담긴 컵에 부어주고 얼음을 컵 절반 분량으로 담는다. 그리고 50ml의 럼을 부어주면 된다. 럼은 어떤 브랜드이던 상관없는데 모히또를 만들 때는 연한 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하바나 클럽 3 아노스*를 사용했다. 컵에 라임즙, 럼, 민트, 얼음이 모두 담겼다면, 이제 흑설탕**을 반큰술 넣고*** 설탕이 잘 녹을 때까지 열심히 젓는다. 이 과정이 각얼음보단 갈린 얼음을 쓰는 게 좋은 이유이다. 섞는 과정에서 민트가 짓이겨지면서 민트 향이 술에 자연스레 배어들어가게 되고 얼음이 음료를 차갑게 만든다. 

  설탕이 어느정도 녹았다면 이제 얼음을 컵 끝까지 채우고 탄산수를 부어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섞어주고, 마지막에 남은 민트 잎으로 장식하면 완성. 민트의 시원함과 라임의 상큼함, 설탕의 달달함이 기분을 상쾌하게 깨워줄 것이다.

 

*하바나 클럽은 당연 쿠바 출신의 럼이고, 모히또의 고향이 마침 쿠바 하바나이다. 하바나 클럽 럼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바나 클럽 3 아노스, 7 아노스, 이렇게 숫자가 적혀 있는 것은 각각 3년산, 7년산이라는 뜻이다. 모히또를 만들 때는 다소 약한 축에 속하는 3 아노스를 사용한다.

**없다면 백설탕도 상관없다. 흑설탕을 사용하는 건 색을 내는 것 말고는 굳이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당도는 어디까지나 개인취향. 1티스푼을 넣는 사람부터 한 큰술을 넣는 사람까지 있다. 당도가 어느정도가 될지 가늠이 안 된다면 우선 티스푼으로 조금씩만 넣어주고 섞으면서 살짝 맛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고 맛을 보는 과정에서 다 마셔버리지는 말 것. 

 

 
   🍸 오늘의 술 간단 정리 🍸

 

   준비할 것 : 민트, 라임, 럼, 설탕, 얼음, 탄산수

 

   1. 준비한 컵에 민트 잎을 따서 8장 정도 넣어준다.

   2. 라임 즙 30 ml, 럼 50 ml 를 부어준다.

   3. 얼음을 컵이 절반 정도 찰 때까지 넣는다.

   4. 설탕을 (취향에 따라) 반스푼 정도 넣는다.

   5. 설탕이 잘 섞일 때까지 열심히 젓는다. 민트를 조금씩 짓이기는 느낌으로 저어주면 더 좋다.

   6.설탕과 액체가 잘 섞였으면 얼음을 컵 끝까지 채우고 탄산수를 붓는다.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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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첫 번째 레시피로 데킬라뮬이 아닌 모스코뮬 레시피를 올리냐 묻는다면, 원래 닉네임을 모스코뮬로 하고 싶었으나 이미 사용중인 닉네임이라기에 차선책인 데킬라뮬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다고 답하겠다. 그리하여 오늘의 레시피, 그 중 오늘의 술 첫 번째 주인공은 얼마 전부터 나의 최애 음료가 된 모스코 뮬이다.

 

  뮬은 진저비어를 섞어 만든 술 종류를 일컫는데, 메인이 되는 술로 어떤 것을 섞느냐에 따라 모스코 뮬, 데킬라 뮬 같이 이름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모스코 뮬은 어째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그냥 보드카가 들어가서이다(개인적인 의견. 재미로 덧붙이자면, 러시아에선 40도가 넘어가지 않는 술에 '보드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불법이라고 한다).


  만드는 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물 300ml 정도 들어가는 컵*에 얼음을 3분의 2 정도 채운다. 얼음은 커다란 큐브 모양보단 조금 더 자잘하게 갈린 모양이 낫다**. 얼음을 제외하고 필요한 재료는 세 가지, 라임(없는 경우 레몬으로 대체해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 라임을 쓰는 게 훨씬 맛이 좋았다), 보드카, 진저비어. 진저비어는 모스코 뮬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마셔봤는데 달큰하면서도 생강 맛이 강해 목을 칼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료였다. 다른 것과 섞지 않고 본연의 맛을 즐길 수도 있지만, 평소에 생강차의 쌉쌀한 맛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면 뮬로 만들어 마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오리지널이라면 구리 머그컵에 담아 컵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보고 눈으로 먼저 그 시원함을 즐겨야 하지만 구리 머그컵이 그리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니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사항.

**칵테일을 만들 때 빠져선 안 될 것이 바로 얼음인데, 집에서 얼음틀에 얼려서 만드는 얼음은 만드는 과정 중에 혹은 마시는 중에 너무 빨리 녹아버리기 때문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 마트 등에서 파는 얼음은 훨씬 단단하고 비교적 녹는 속도가 느려 조금 더 본격적으로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구매해서 냉동실에 쟁여놓기를 추천한다. 각지고 큰 모양과 둥글둥글하면서 제멋대로 부서진 것 같은 얼음, 보통 이렇게 두 종류가 있으니 만들고 싶은 칵테일에 걸맞는 얼음을 구입하면 좋다. 오늘 소개하는 모스코뮬이나 모히또와 같은 술에는 두 번째 모양의 얼음이 더 적합하다.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다면, 우선 라임의 즙을 짜낸다. 경험상 보통 한주먹에 들어가는 라임 하나에서 대략 40ml 정도의 즙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악력과 즙을 짜내는 도구에 따라 천차만별일테니 그냥 라임은 넉넉하게 준비해두는 게 좋다.) 얼음을 담아놓은 컵에 라임즙 20ml, 보드카 50ml를 넣고*** 컵이 다 찰 때까지 진저 비어를 부어준다. 마지막으로 휘적휘적 섞으면 끝. 들어가는 얼음 양에 따라, 컵의 크기에 따라 라임즙과 보드카, 진저비어의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혹시 너무 큰 컵을 사용하게 되면, (컵을 다 채울 때까지 진저 비어를 부어버리면 그냥 보드카 향만 나는 진저 비어가 될 수 있으므로,) 라임즙+보드카 양과 같게 혹은 1.5배 정도 될 때까지 부어주면 된다. 

 

  ***계량할 것이 없다면 작은 소주잔을 찾아보자. 작은 크기의 소주잔을 가득 채웠을 때가 대략 40ml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럼 절반을 채운 것은 20ml, 한 잔 전체+4분의 1 분량이 50ml 정도.


  전문 바텐더로 일하는 게 아닌 이상, 집에서 혼자 즐기기 위해 만드는 술이면 내 입맛에만 맞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기에, 위의 레시피는 언제든 취향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다. 레시피를 따라왔을 때 첫 모금부터 환상적이라면 좋겠지만 만일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걸 덜 첨가하고 더 추가하면 좋을지 연구해보는 것도 홈 레시피의 재미가 아닐까. 

 

 
   🧊 오늘의 레시피 간략 정리 🧊

   필요한 것 : 얼음, 보드카, 라임(즙) 1개, 진저비어 1병, 보통 크기의 컵

 

   1. 생라임을 준비했다면 라임즙을 짜 둔다. 

   2. 컵에 얼음을 3분의 2 이상 담고 라임즙 20ml, 보드카 50ml를 붓는다.

   3. 진저비어로 컵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준다. ※(진저비어 용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병 전체를 다 쓸 일은 없다.

   4. 대강 섞어준다.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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