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첫 번째 레시피로 데킬라뮬이 아닌 모스코뮬 레시피를 올리냐 묻는다면, 원래 닉네임을 모스코뮬로 하고 싶었으나 이미 사용중인 닉네임이라기에 차선책인 데킬라뮬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다고 답하겠다. 그리하여 오늘의 레시피, 그 중 오늘의 술 첫 번째 주인공은 얼마 전부터 나의 최애 음료가 된 모스코 뮬이다.

 

  뮬은 진저비어를 섞어 만든 술 종류를 일컫는데, 메인이 되는 술로 어떤 것을 섞느냐에 따라 모스코 뮬, 데킬라 뮬 같이 이름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모스코 뮬은 어째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그냥 보드카가 들어가서이다(개인적인 의견. 재미로 덧붙이자면, 러시아에선 40도가 넘어가지 않는 술에 '보드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불법이라고 한다).


  만드는 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물 300ml 정도 들어가는 컵*에 얼음을 3분의 2 정도 채운다. 얼음은 커다란 큐브 모양보단 조금 더 자잘하게 갈린 모양이 낫다**. 얼음을 제외하고 필요한 재료는 세 가지, 라임(없는 경우 레몬으로 대체해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 라임을 쓰는 게 훨씬 맛이 좋았다), 보드카, 진저비어. 진저비어는 모스코 뮬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마셔봤는데 달큰하면서도 생강 맛이 강해 목을 칼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료였다. 다른 것과 섞지 않고 본연의 맛을 즐길 수도 있지만, 평소에 생강차의 쌉쌀한 맛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면 뮬로 만들어 마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오리지널이라면 구리 머그컵에 담아 컵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보고 눈으로 먼저 그 시원함을 즐겨야 하지만 구리 머그컵이 그리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니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사항.

**칵테일을 만들 때 빠져선 안 될 것이 바로 얼음인데, 집에서 얼음틀에 얼려서 만드는 얼음은 만드는 과정 중에 혹은 마시는 중에 너무 빨리 녹아버리기 때문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 마트 등에서 파는 얼음은 훨씬 단단하고 비교적 녹는 속도가 느려 조금 더 본격적으로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구매해서 냉동실에 쟁여놓기를 추천한다. 각지고 큰 모양과 둥글둥글하면서 제멋대로 부서진 것 같은 얼음, 보통 이렇게 두 종류가 있으니 만들고 싶은 칵테일에 걸맞는 얼음을 구입하면 좋다. 오늘 소개하는 모스코뮬이나 모히또와 같은 술에는 두 번째 모양의 얼음이 더 적합하다.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다면, 우선 라임의 즙을 짜낸다. 경험상 보통 한주먹에 들어가는 라임 하나에서 대략 40ml 정도의 즙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악력과 즙을 짜내는 도구에 따라 천차만별일테니 그냥 라임은 넉넉하게 준비해두는 게 좋다.) 얼음을 담아놓은 컵에 라임즙 20ml, 보드카 50ml를 넣고*** 컵이 다 찰 때까지 진저 비어를 부어준다. 마지막으로 휘적휘적 섞으면 끝. 들어가는 얼음 양에 따라, 컵의 크기에 따라 라임즙과 보드카, 진저비어의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혹시 너무 큰 컵을 사용하게 되면, (컵을 다 채울 때까지 진저 비어를 부어버리면 그냥 보드카 향만 나는 진저 비어가 될 수 있으므로,) 라임즙+보드카 양과 같게 혹은 1.5배 정도 될 때까지 부어주면 된다. 

 

  ***계량할 것이 없다면 작은 소주잔을 찾아보자. 작은 크기의 소주잔을 가득 채웠을 때가 대략 40ml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럼 절반을 채운 것은 20ml, 한 잔 전체+4분의 1 분량이 50ml 정도.


  전문 바텐더로 일하는 게 아닌 이상, 집에서 혼자 즐기기 위해 만드는 술이면 내 입맛에만 맞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기에, 위의 레시피는 언제든 취향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다. 레시피를 따라왔을 때 첫 모금부터 환상적이라면 좋겠지만 만일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걸 덜 첨가하고 더 추가하면 좋을지 연구해보는 것도 홈 레시피의 재미가 아닐까. 

 

 
   🧊 오늘의 레시피 간략 정리 🧊

   필요한 것 : 얼음, 보드카, 라임(즙) 1개, 진저비어 1병, 보통 크기의 컵

 

   1. 생라임을 준비했다면 라임즙을 짜 둔다. 

   2. 컵에 얼음을 3분의 2 이상 담고 라임즙 20ml, 보드카 50ml를 붓는다.

   3. 진저비어로 컵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준다. ※(진저비어 용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병 전체를 다 쓸 일은 없다.

   4. 대강 섞어준다.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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