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에는 내가 없었다

 

나는 나와 항상 멀리 있었고

그 거리를 좁히고 싶지 않아

나를 밀어내고 거부했다

 

점점 빠르게 내가 사라져갔고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있을 수 없었다

자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15주 동안 내 시간을 엮으며 깨달았다

 

내가 찍은 사진에는 나와 함께한 모든 게 있고

그게 나와 닮은 모양이라고

그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다고

어쩌면 지금의 내가 지난 포착의 의미일 수도 있다고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내 사진의 바깥에

내가 찾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나를 포착해나갈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있을 때까지 

내가 울지 않고 오늘들과

여럿의 나를 반길 때까지

 

 

 


  •  지금까지 [포착도감]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Posted by 믹스키트
:


 

 

문득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그날이 생각난다

 

내가 서울로 올라가던 날

몰래 부산역까지 찾아왔던 너 

 

너는 나에게

과자와 음료수가 가득 담긴

검정 봉지를 건넸다

 

그리고 내가 갖고 싶었던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주었지

 

그 편지에는

우리 사이가 멀어질 날에 해야 할 일과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에 관해 쓰여있었다

 

곧 스무 살이 될 때쯤이었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면서

창밖을 자주 흘끔거렸는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제는 그날과 너무 멀어졌고

 

그래서 천천히 짚어보아야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여전히 거기에 있고

계속 여기로 안부를 묻는다

 

내가 서울에 있다고 느낄 때마다

내가 어른을 미워할 때마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할 때마다

 

반복해서 묻는다

 

문득

그날이 생각났고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찾으려고 할 때마다

 

내가 무서워진다

나와 어색해진다

 


  •  다음 주 월요일(6월 28)에는 포착도감 [작업노트]가 업로드됩니다. 

 

Posted by 믹스키트
:


 

제주도에 갔다가 김해에 있는 친구 집에서 지내다 왔다.

10일 정도 집밖에서 생활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집과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말라가던 식물 친구들에게 물을 주고,

먼지가 쌓인 책장 위를 닦고,

하고 가지 못했던 설거지를 했다.

 

정리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을 때

지난 10일이 떠올랐고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외딴곳에서 지낸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해변에 앉아 해가 지는 걸 보고

모기를 피해 현관문을 재빨리 닫고

시골집에 누워 친구와 함께 미래의 우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다낚시를 하러 가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빵을 먹고 

따가운 팔과 얼굴에 알로에를 바르고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고등어회를 먹고

오래된 퇴적층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간에 관해 상상하고 

 

같은 방에 누워 스탠드만 켜놓고

우리가 어떤 과거를 지나쳤는지 이야기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생각하고

울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정적이 되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아이스 커피를 사 와 얼음이 녹아가는 계절을 느끼고

이번에 제대로 된 밥 한 번 못 해줘서 미안해 라고 말해서

내가 더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고

누가 나한테 미안하다를 고맙다라고 바꿔 말하라고 했는데

그게 누구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고

벌써 돌아가는 거야? 아쉬움을 전달받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우리를

언젠가 찾아올 나의 죽음을 속삭이고

잠에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나의 집 침대였고

식물은 자라나거나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벌써 여름이 찾아왔구나 생각했다

 

빨갛게 타버린 내 얼굴과 팔의 피부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고

나는 울고 싶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울고 싶었다

 

친구가 또 와! 언제든 환영! 이라고 문자를 보내놓았고

그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있다 여름

 


  •  다음 주 월요일(6월 21)에는 마지막 [포착도감]이 업로드됩니다. 
Posted by 믹스키트
:


 

바다해변에 앉아서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해본다

Posted by 믹스키트
:


 

Sweet Trip - Darkness

Darkness comes to murder the sunshine

Darkness comes to help me believe

That we'll never again be together

Love has turned to sand and debris

 

Sorry you have lost your way

I will not be here to stay, so long

Sorry you have lost your mind

Please don't me make me waste my life, so long

Da-da-da, da-da-da, da-da-da-da

 

Darkness comes to murder the sunshine

Darkness comes to help me believe

That we'll never again be together

Love has turned to sand and debris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I will never fall (da-da-da, da-da-da)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Da-da-da, da-da-da, da

Da-da-da, da-da-da, da

 

(Da-da-da, da-da-da)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Da-da, da-da, da-da da-da-da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Don't you know that someone wants to be loved?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Da-da-da, da-da-da, da-da-da

 


 

Posted by 믹스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