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월 중순이 넘어가도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아 이러다 여름에도 서늘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6월 둘째주, 이제 초여름이라고 할 수 있는 달에 접어드니 아니나다를까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왔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 보통 계절에 상관없이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요리를 좋아하는데, 냉방기기가 없는 집에서 그런 요리를 해먹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레시피는 여름 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비빔국수, 그 중에서도 간장과 설탕으로만 간단히 만드는 간장비빔국수다. 빨간 양념의 비빔국수도 좋지만 정말 무더운 날에는 혀에 닿는 매운맛도 덥게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달달하고 짭조롬한 간장국수야말로 진정한 여름국수라고 생각한다.

 

  간장국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소면(없으면 메밀국수로 만들어도 좋다), 진간장, 설탕, 그리고 참기름. 이 네가지만 있으면 가장 기본적인 간장국수는 뚝딱 완성된다. 소스는 진간장 한 스푼에 설탕 반스푼, 참기름 반스푼을 함께 섞으면 끝이다. 살짝 찍어 맛을 봤을 때 너무 달지 않고 짭짤한 맛과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조화롭게 나면 완성. 소면을 삶는 양에 따라 소스의 양을 조절해주면 된다. 

  이제 면을 삶아 찬물에 충분히 헹군 뒤 소스와 버무려주면 되는데 이렇게만 먹으면 아쉬우니 간장국수에 곁들이면 좋을 토핑 두 가지를 더 소개한다.

 

  첫 번째는 시원함을 더해줄 오이. 오이는 원하는 두께로 채를 썰어 소금을 살짝 쳐서 버무려준다. 완전히 절여진 오이를 원한다면 굵은 소금을 치고 15분에서 30분 정도 기다려준 다음 물을 짜주면 되고, 아삭한 오이를 원한다면 고운 소금을 살짝 친 뒤 10분 정도 둔 후 물기를 살짝 짜주면 된다. 아예 생략하고 생오이를 얹어줄 수도 있지만 오이에도 약간 맛이 들어 있는 게 먹을 때 더 맛이 있어 한번쯤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다른 하나는 센불에 익힌 고기이다. 예전에 간장 국수를 만드는 데 남은 고기가 있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간장 국수 위에 고기를 볶아 얹었더니 상당히 맛이 좋아 그 이후 종종 해먹는 메뉴가 되었다. 얇은 목살 혹은 삼겹살을 한입 크기로 썰어주고, 마늘은 편썰어준다. 파도 송송 썰어준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볶아준다. 다음, 중불에 고기를 올리고 고기가 어느정도 익었다 싶을 때 진간장을 반스푼 정도 둘러준다. 마지막으로 파를 얹어주면 끝. 갈비에 냉면처럼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맛이 이 요리를 계속 생각나게 만든다. 

 

  더워서 한없이 늘어지게 되고 거창한 요리를 하기 싫을 때 면 삶을 물만 끓이면 요리의 8할이 완성되는 여름국수. 여기에 소개된 고명 말고도 각자만의 레시피로 고명을 얹어서 새로운 요리로 개발해봐도 좋을 것 같다.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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