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라는 꽃을 처음 알게 된 건 노래 가사에서였다. 프리지아 꽃 향기를 내게 안겨줄, 그런 연인을 만나봤으면. 비 오는 날마다 항상 듣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의 노랫말. 냄새에 민감하지 않아 꽃 향기도 어지간히 강하지 않으면 잘 맡지를 못하는데, 이 가사를 들었을 때 과연 프리지아 꽃 향기가 어떻길래 가사에 콕 집어 프리지아 꽃 향기를 안겨줄 수 있는 연인에 대해 썼을까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의외의 순간에 해소되었다. 가장 기분 좋은 방식으로. 친구에게서 하얀 프리지아 꽃을 선물 받았다. 예쁜 화병에 담긴 하얀 프리지아. 과연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향기로운 꽃이었다. 장미향은 그 달콤함이 내겐 너무 강력해 종종은 고약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프리지아는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상쾌하고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은 꽃이 시들었을 때 아름다웠던 색과 모양이 사라짐에 아쉬움을 느꼈는데 프리지아만큼은 그 향이 달아나버리는 것에 더 슬퍼졌다.

 

  그 향기가 계속 기억에 남아서인지, 친구가 선물한 빈 화병에 꽃아놓을 꽃으로 다시 한번 프리지아를 골랐다. 이번엔 노란색으로. 종종 재미로 꽃말을 찾아보곤 하는데 나중에 찾아본 프리지아의 꽃말은 우정과 신뢰, 순수의 의미를 포함한다고 한다. 나에게 처음으로 프리지아 향을 안겨준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이전에는 좋아하는 꽃을 물었을 때 쉽게 답하기 어려웠는데, 프리지아 꽃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 좋아하는 식물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언젠간 내가 애정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향과 싱그러움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기를.

 

 

하얀 프리지아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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