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 순두부찌개
스파이시 바나나/[오늘의 레시피] 데킬라뮬 (끝) 2021. 2. 26. 00:23 |
종종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만일 평생 단 한 종류의 술만 마셔야 한다면 무엇을 마실 것인지, 단 한 종류의 버거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버거를 먹을 것인지 따위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생각해보곤 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에 답을 고를 땐 왠지 모르게 신중해지는데, 단 하나의 질문, 한식 중 평생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먹을 지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간단히 답할 수 있다. 바로 순두부찌개.
순두부찌개의 원래 모습은 맑은 국물에 백색의 순두부가 담긴 삼삼한 형태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순두부찌개는 언제나 매콤한 빨간 국물에 계란과 바지락이 들어있는 자극적인 맛의 요리였고, 그래서인지 늘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에 정점을 찍어준 식당이 있었으니, 바로 강릉 초당 순두부촌에서 순두부 전문점이었다. 입구부터 늘어선 것이 순두부 전문점이라 어느 식당을 가든 상관없을 것 같아 기다리는 사람이 제일 없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바닷가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대단한 반찬들이 줄지어 나오더니 전골냄비에 순두부찌개가 담겨 등장했다. 매번 뚝배기에 들어있던 순두부찌개와는 다른 모습이라 그 자체로 벌써 기대감이 부풀었는데, 한 입 맛보는 순간 그 기대는 행복이 되어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와 한껏 즐거움에 들떠 식사를 했던 그곳에서의 기억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순두부찌개는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그때의 순두부찌개가 간절히 더 그리워진 건 외국에서 시간을 보낼 때였다. 그 전까진 한 번도 집에서 직접 순두부찌개를 끓여보지 않았는데, 내가 원하는 그 맛을 내는 식당이 없는 곳에 있다 보니 결국은 두 팔 걷고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레시피를 보고 조합해서 만들어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내 입맛에 맞는 순두부찌개를 끓이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오늘은 순두부찌개를 아직 한 번도 집에서 끓여보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 미리 만들어놓은 양념장 없이도 뚝딱 해 먹을 수 있는 순두부찌개 레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식당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순두부찌개는 보통 바지락을 넣지만, 오늘 소개할 레시피는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간 것을 넣고 만든 순두부찌개이다. 고기는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간 것 100-200g 정도 준비한다. 고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이 너무 걸쭉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가장 기본으로 필요한 것은 순두부와 양파, 마늘, 파, 고춧가루, 간장, 소금이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애호박이나 버섯을 넣어주어도 좋다.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다면 우선 마늘은 서너쪽 정도 다져서 준비하고, 양파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썰어준다. 파 역시 쫑쫑 썰어주고 애호박이나 버섯은 원하는 크기대로 썰어주면 끝. 찌개를 끓일 깊은 팬 혹은 냄비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우선 파를 약한 불에 볶는다. 기름에 파 향이 충분히 입혀졌다면 불은 약하게 유지하고 고춧가루를 크게 두 큰술에서 세 큰 술 넣어준다*. 고춧가루가 꾸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기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기름에 붉은기가 돌면 이제 고기를 넣어주고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살짝 해준다. 고기가 뭉치지 않게 부수면서 볶아주는 게 좋다. 고기의 붉은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았다면, 간장을 두 큰 술 정도 둘러주고 다진 마늘과 양파를 넣어 볶는다. 양파가 반투명해지면 이제 재료가 잠기도록 물을 부어주자. 처음부터 물을 너무 많이 부어주면 나중에 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지고 맛도 없어지므로 처음에는 볶은 재료들이 딱 잠길 정도로만 부어준다. 중불에 찌개를 올리고 한 김 끓으면 버섯과 애호박 등의 재료와 순두부를 넣어준다. 처음에 물 양을 적게 잡았으니 끓이면서, 맛을 보면서, 원하는 만큼 물 양을 천천히 늘려주면 된다.
순두부는 다른 재료들과 함께 일찍 넣어주어도 되고 어느 정도 찌개 맛이 우러나고 나서 나중에 넣어주어도 된다. 맛에는 사실 둘 다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순두부가 잘게 부서지는 것이 싫다면 두 번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낫다. 순두부는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찌개에 들어갔을 때 간이 더 약해질 수 있으니 두부를 넣기 전에 간을 딱 맞는 것에서 조금 더 해주는 것이 좋다. 간은 간단히 소금과 간장**으로 맞춘다.
찌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될 때 기호에 따라 계란을 깨트려 넣어주고, 반숙을 원한다면 겉면이 하얗게 굳을 때까지만, 완숙을 원한다면 그보다 더 오래 끓여주면 끝.
*어느 정도 맵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고춧가루의 양을 조절하도록 하자. 아주 칼칼하고 빨간 국물을 원한다면 서너 큰술 정도 넣어주면 된다.
**보통은 국간장을 넣지만 그게 없다면 진간장을 써도 괜찮다.
준비할 것 : 순두부,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간 것 100-200g, 파, 고춧가루, 양파, 다진마늘, 간장, 소금, 후추
1. 찌개를 끓일 냄비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파를 약불에 볶는다. 2. 파향이 나면 고춧가루를 넣고 붉은 기름이 나올 때까지 볶다가 고기를 넣고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한다. 3. 고기 붉은빛이 사라지면 간장을 두 큰 술 정도 둘러주고,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 4. 양파가 반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재료가 잠길 정도로만 물을 부어준다. 5. 한 김 끓어오르면 기호에 따라 애호박이나 버섯(안 넣어주어도 상관없음), 그리고 순두부(무조건 있어야 함)를 넣는다. 6. 끓이면서 물이 적다 싶으면 조금씩 더해준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해준다. 7. 기호에 따라 달걀을 넣어주고 달걀이 원하는 만큼 익을 때까지 끓여주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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