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래] Jessie Reyez - Far Away
스파이시 바나나/[오늘의 레시피] 데킬라뮬 (끝) 2021. 4. 17. 13:27 |
아티스트 : Jessie Reyez / 앨범 : Far Away - Single (2019)
전염병 시대의 무서운 점 중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동의 통제, 격리, 죽음 등으로 인해. 하지만 전염병 시대 이전에도, 이 감각은 누군가에겐 전혀 낯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사람들에 대해 무지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일 만큼 많은 숫자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이 떠드는 중대한 일이 아니었던 것은, 마이크를 쥐고 계속 떠드는 사람은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도날드 트럼프같은.
2019년에 World press photo 전시에 걸린 짧은 영상이 있었다. 갇힌 사람들과 아이들. 보육원 시설, 그 아이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설 운영자들의 인터뷰.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으로 인해 강제로 분리된 이민자 가족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국어 번역으로 무관용 원칙은 말 그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뜻을 들여다보면, 관용이라는 단어의 선택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관용은 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베풀어' 주는 것, 그렇지만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것. 개인과 그 개인을 압살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의 힘 차이가 다소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단어라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하고 국경선에서 허가 없이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체포˙구속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2018년, 이들에 대한 기소 건은 전 해인 2017년에 비해 134퍼센트나 증가했다. 2018년 6월의 통계로,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 중 46퍼센트가 체포되었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이 수치가 100퍼센트가 되게끔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전시된 이민자 가족의 분리 문제는 이 무관용 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국경을 넘어오는 경우에 부모와 아이를 즉시 분리시키기로 했다. 지금까지 약 3000가족 이상이 분리되었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서로 아직까지도 만나지 못하는, 심지어 아이가 어디로 보내졌는지도 모르는 현실에 있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정서적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는다. 눈 앞에서 부모가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았고,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 생소한 언어에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이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Jessie Reyez의 곡 Far Away는 이러한 미국의, 이민자들의 현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 계속 음원만 듣다가 이번 글을 쓰면서 뮤직 비디오를 처음으로 봤는데 여기에 트럼프 얼굴, 경찰, 히스패닉 계 사람들 등의 모습이 삽입되어 그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보였다.
미국의 상황에 좀 더 집중해 노래를 듣게 되긴 하지만 여러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한 노래같다. 비자, 서류 문제로 좌지우지되는 개인의 삶과 의지, 국가 권력 혹은 재난에 통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
* Reyez 의 곡은 이 노래로 처음 접했는데 첫 소절을 듣자마자 나른하게 늘어지는, 다소 음울하게도 느껴지는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았었다. 그녀는 캐나다의 콜롬비아 출신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로 인해 기타를 처음 접하고 음악을 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의 이 무관용 정책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
Hand on the Bible (Lord have mercy)
성경에 손을 얹고
I think you're the love of my life (yeah)
난 네가 내 인생의 사랑같아
Maybe 'cause you hop on a flight to find me
아마 네가 날 찾으려 비행기에 오르기 때문일 수도
I feel like I need you tonight beside me (yeah)
오늘 밤 네가 내 곁에 있음 좋겠어
You're still a world away
너는 여전히 너무 멀리 있네
And you're still waitin' for your papers
그리고 여전히 네 서류를 기다리고 있고
Been feelin' like the government wants us to break up
정부는우릴 갈라놓고 싶은 것 같아
Iphone XXX, FaceTime saves us (yeah)
아이폰, 페이스타임이 우릴 구할거야
I feel what you feel when you're far away
난 네가 느끼는 걸 느껴 네가 멀리 있을 때도
It's been a hundred days
백일이 지났어
Since I kissed your face, oh
내가 네 얼굴에 키스한지
- [오늘의 레시피]는 한 주 쉬어갑니다.
- 다음 [오늘의 레시피]는 5월 1일 토요일에 업로드됩니다.
'스파이시 바나나 > [오늘의 레시피] 데킬라뮬 (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사진] 나무들 (0) | 2021.05.09 |
---|---|
[오늘의 술] 연태 고량주 (0) | 2021.05.01 |
[오늘의 요리] 블린치키 (0) | 2021.04.10 |
[오늘의 요리] 소고기 스프와 프리타텐 (0) | 2021.04.03 |
[오늘의 앨범] Superorganism - Superorganism (0) | 2021.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