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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삽살이  

 

 

  고등학생 때 처음 ‘우효’라는 가수를 알게 됐다. 우효가 만든 노래들 중에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민들레]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산뜻한 기분이 든다. 산책할 때 들으면 좋다.

 

  민들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들 중 하나이다. 좁은 보도블록 틈으로도 생명을 틔우는 꽃이기 때문에 민들레를 보면 희망이 떠오른다.

 

  고등학생 때 이 노래를 듣고 동명의 단편 만화를 그렸다. 힘든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이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고 희망을 얻는 이야기였다. 만화를 그리는 동안 세상이 온통 노란 꽃밭이었다. [민들레]의 노랫말을 만화로 그리는 작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땅만 쳐다보며 걸었던 어린 시절엔 길가에 핀 민들레를 많이 봤다. 뿌리도 길지 않은 게 햇빛 더 보려 목만 빼쭉하게 늘린 것이 있었고, 친구들 세 명을 자기 뿌리에 데려와 싱글벙글 웃던 것들도 봤다.

 

  올해 들어서는 민들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우효 - 민들레 앨범커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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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란의 세대

 

  두 사람, 각자의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각각 다른 장소에 있다. 두 사람의 노트북에는 화상 전화 창이 떠 있다. 화면 안에 각각 수와 이의 얼굴이 보인다.

 

     안녕.

     안녕. 

     오늘은 어때?

     항상 똑같지. 그래도 오늘 하늘은 비교적 잠잠해. 너는?

     마찬가지야. 아, 오늘 아침에 잠깐 우박이 내렸었어. 알맹이가 꽤 컸지 아마? 그 작은 창문마저도 깨질까 봐 좀 걱정이었어.

     이런, 별 문제 없었어?

     응, 다행히. 

 

  짧은 사이.

 

     오늘은 얼마나 오래 볼 수 있어?

     오늘은 일이 좀 많아. 음식을 구하러 가야 해서 그전에 전화를 충전시켜야 하거든. 너도 알겠지만, 전화기 충전하는 데 전기가 많이 들잖아.

     그렇지.

     그래서 오늘은 한 십 분 정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어. 그런데 괜찮겠어? 또 우박이 내릴 수도 있잖아.

     (잠시 웃는다)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 게 무서웠으면 난 벌써 집에서 굶어 죽었겠지.

     하긴. 그런데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장은 새벽에 열리잖아.

     그래도 여긴 음식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해가 지기 전에만 다녀오면 돼.

     내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신경 쓰지 마, 괜찮아. 일은 어땠어?

     괜찮았어. 오늘은 사이렌 소리도 없고. 이상한 게, 매일 듣는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어쩐지 기분이 찜찜한 거 있지.

     그런 날도 있어야지.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몇 달 전에도 그런 날이 있었어. 하늘도 깨끗하고 사이렌 소리도 없이 조용했던 날. (사이) 그날 밤에 여기서 삼십 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가 땅으로 꺼졌어. 지반이 무너져서.

     기억 나, 네가 얘기해줬던 거. (사이) 별일 없을 거야.

     그렇겠지.

 

  사이

 

     사실 이젠 뭐가 일어나도 별로 이상한 일 같지가 않잖아. 

     그래, 매번 놀라기엔 이제 지치기도 하지. 

     내 하루 중에 가장 별난 일은 너와 통화하는 거야. 

     내 얼굴 보는 게 그렇게 이상해? 

     (웃는다) 아직 기분 좋은 일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해서. 

 

  수가 따라 웃지만 곧 미소가 잦아든다.

 

     그러지 마. 다른 기분 좋은 일도 분명 있을 거야.

     지금은 없는걸.

     만들어야지. 뭐라도.

     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너도 알잖아,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짧은 사이) 알았어. 

     걱정 안 해도 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겠지. 사실, 평소엔 기분 같은 거 따질 여유도 없고. 다만 내가 널 볼 수 있을 때까지 만큼은 너와 얘기하고 싶을 뿐이야.

     나도야.

 

  두 사람은 한참 화면을 응시한다.

 

     거긴 지금 몇 시야?

     밤 10시.

     통화하느라 계속 불을 켜 두고 있었겠네. 어서 불 끄고 자.

     너는 곧 나가지?

     응.

     네가 돌아올 때까진, 기다리고 싶은데.

     (웃는다) 나는 무사히 돌아올 거야. 우린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볼 거고. 빨리, 괜한 데 전기 쓰지 말고.

     어차피 다른 데 쓸 데도 마땅히 없어. 괜찮아. 그치만 알았어, 네가 곧 나가야 하니까. 이만 끊을게.

     그래. 잘 자.

     조심히 다녀와.

     고마워. 난 괜찮을 거야.

     나도 알아. 우린 괜찮을 거야.

     안녕.

     안녕.

 

  이의 화면이 먼저 끊어진다. 두 사람은 꺼진 노트북 앞에 잠시 앉아있다. 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 전원을 뽑고 전화기를 충전기에 연결시킨다. 이는 노트북을 닫고, 전등을 끄고, 탁자 바로 옆에 놓인 좁은 침대 위에 눕는다.


+ 이랑 님의 곡 <환란의 세대>에서 제목을 착안했습니다.

+ 그 동안 [단막금]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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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 속에서

 

  놀이터. 숲 속이다.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들이 놀이터 주위에 서 있다. 한때는 줄기가 굵고 울창한 나무들이었을 것이다.

  일은 형체만 간신히 남은 놀이터 벙커에 숨어있다. 가 놀이터 쪽으로 접근한다. 배낭도, 손에 든 것도 없이 홀로다. 일이 먼저 이를 발견하고 경계 태세를 취한다. 이는 일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누구야?

     쉬잇.

 

  일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이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벙커로 들어온다. 

 

     왜 여기 숨어있어?

     쉿. 조용히 해.

 

  이는 일의 옆에 나란히 앉아 일이 보고 있는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 

 

     (소리를 죽여 작은 목소리로) 여기 뭐가 있는데?

     몰라.

     그럼 왜 숨어 있어? (사이. 목소리를 조금 높여) 왜 조용히 해야 하는데?

 

  일이 깜짝 놀라 이의 입을 틀어막는다. 잠시 쥐고 있다가 손을 뗀다.

 

     깨우면 안 돼.

     뭐를?

 

  일은 대꾸하지 않는다.

 

     너 혼자야? 아는 사람 없어?

     없어. 언제부터 혼자였는지 기억 안 나. (사이) 너는?

     나 혼자 달려온 것만 기억해.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어.

     처음이었어? 그런 일이.

     아니.

     다행이구나 그럼.

 

  사이.

 

     여기 얼마나 있었어?

     낮이 세 번 왔다 갈 정도만큼. 그냥 쉬고 있는 거야. 너무 오래 걸었거든. 너무 오래, 조용히.

     이 주변에 살아있는 건 우리밖에 없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일이 이에게 경고하는 눈초리를 보낸다. 이는 과거에 나무였을 허물어진 더미들을 가리킨다.

 

     저걸 태운 것들?

     쉿.

 

  두 사람은 한참 말없이 앞을 본다. 

 

     계속 갈 거야.

     어디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사이) 회색은 그만 보고 싶어.

     그런 곳이 있나.

     몰라. 모르니까 가는 거지.

 

  일이 고개를 돌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같이 갈 거야?

     가도 돼? 같이?

     네가 조용히 한다고 약속하면.

     알았어.

 

  일이 배낭을 싸기 시작한다.

 

     언제 출발해?

     바람이 멎었을 때.

 

  두 사람은 벙커에서 나와 이가 온 맞은편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 방향대로 새카만 재 위에 발자국이 찍힌다.

 


+ 8월 20일 금요일에는 마지막 단막금이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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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구저쩌구 8] 2021년 7월 27일, 수목  

 

  삶은 무의미한 상태로 존재하는 무언가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 가치를 창조해야한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낼 때,
  혹은 우연적으로 존재하는 무언가에 필연을 느낄 때
  나는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감정은 무엇일까?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오르는 불처럼 무언가를 '태우고 빛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살아있음은 상실을 필요로 한다. 
  온기는 내 안의 무언가가 소진되었을 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진된다는 것은 잃어버리는 과정이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들을 끊임없이 내주어야하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늙어간다. 
  나라는 존재가 유한하다는 느낌은 공허를 동반한다. 
  삶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이러한 사고회로를 반복하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고 추한지
  그리고 삶이 얼마나 거대하고 아름다운지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  [어쩌구저쩌구]는 [어쩌구저쩌구 8]로 끝이 납니다. 지금까지 [어쩌구저쩌구]와 수목 님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Posted by 스파이시 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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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공간 : 글 짓는 공간  

 

  두 번째 스파이시 만다린 프로젝트 [공간쓰기]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은 공간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공간 서울식물원, 두 번째 공간 이태원 보광동, 세 번째 공간 덕수궁, 그리고 네 번째 공간 부산. 그 공간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순전히 공간을 방문한 이후의 몫이었다.

 

  주제가 정해지는대로 글을 쓰면 되었던 지난 프로젝트와는 달리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가장 핵심은 그 공간을 직접 방문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 지점에서 출발해 우리가 설정한 공간으로 이동했고, 공간을 산책하고 둘러보고 탐구했고 다시 다른 점으로 옮겨 글을 작성했다. 공간이 주는 첫인상이나 특색뿐만이 아니라, 그 장소로 이동하기까지의 낯선 풍경들을 마주하는 것, 그리고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공간을 끄집어내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글에 담겼다. 

 

  그리하여 이번 프로젝트의 작업 노트는 각각의 공간을 방문하고 난 뒤 마지막 과정이 이루어지는 장소, 우리가 글을 썼던 공간을 주제로 써 보기로 했다. 

 

 

<데킬라뮬과 믹스키트가 방문했던 공간과 공간쓰기 리스트>

 

1. 서울식물원

식물원의 오후, 데킬라뮬 /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 믹스키트

 

2. 이태원 보광동

러브코인, 데킬라뮬 / 0, 믹스키트

3. 덕수궁

이바노비치 세레진 사바친, 데킬라뮬 / 여러 비상구를 열다, 믹스키트

 

4. 부산

부산의 여름, 데킬라뮬 / 바다 불꽃 금지, 믹스키트

 


 

*

 

<데킬라뮬의 공간>

 

  올해 3월, 이사를 왔다. 서울에 생긴 첫 자취방. 이전까지 지냈던 학년마다 다른 방이 배정되는 기숙사는 딱히 거주지라는 느낌을 주지 못했고, 무언가를 써야 할 때마다 매번 다른 카페와 학교의 빈 공간들을 떠돌아다녔다. 늘 한두 명 이상의 사람과 한 방에 함께 살아야 했음에도 밤이 되면 홀로 어딘가에 고여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더 밖으로 나가려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내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기분에서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그 기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웠던 적이 있었다. 내 공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 공간을 홀로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 혼자 서 있는 그 공간에서 아늑함과 해방감을 느꼈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정확히는, 꼭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되었고, 이 편안한 공간에서 나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비록 할 일은 많았지만, 그 안락함이 주는 안정은 그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이번 공간쓰기 프로젝트의 글들은 모두 이 공간에서 창작되었다. 대부분은 책상에서 모든 사건이 만들어졌다. 서울의 집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공간은 때로 몇 년 전 지냈던 이태원의 낡은 주택이 되기도 하고, 작년에 살았던 비엔나의 집도 되었다가 부산 여행을 하며 묵었던 숙소가 되기도 했다. 그 무수한 공간들이 겹쳐져서인지 이곳에 살게 된지 불과 반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이곳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 듯하다.

 

  이제 예전만큼 집에 홀로 있는 적막한 시간이 두렵지 않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불쑥 고개를 드는 순간에도, 예전만큼 불안하지 않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거쳐온 그 무수히 많은 공간들과, 그 공간 안에 존재했던 시간과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이번 공간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기억에 깊이 남을 공간의 층을 다시 쌓을 수 있어서 기뻤다. 

 

  스파이시 만다린의 공간쓰기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앞으로 또 무수한 가능성의 공간들을 마주할 수 있기에 어떤 면에선 새로운 출발을 하는 느낌이다.

  이 기대감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

 

<믹스키트의 공간>

 

서울식물원, 이태원 보광동, 덕수궁, 부산

이 네 공간을 다녀온 후

나는 내 집에서, 내 방에서

계속해서 썼다.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의 불꽃, 강렬한 최초의 순간을,

언덕을 올라, 복잡한 골목을 지나야 갈 수 있던, 이제는 찾을 수 없는, 독립 단편 영화 상영관을,

나의 유일한 비상구, 덕수궁,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함성소리를,

이제는 울지 않는, 아직 나에게 남아있는 부산, 불꽃, 금지,를

 

이 모든 걸 잃지 않기 위해, 고이 보관하기 위해,

 

내 집에서, 내 방에서,

숨죽여 썼다.

 

여기는 내가 방문한 모든 공간이 잠들어있는 집합의 공간

 

 

 

 

 

11월이면 나는 이 공간에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이 공간에는,

 

내가, 우리가, 내가 다녀온 모든 공간이, 

있었다,

 

나는 기억한다,

나의 공간, 내가 지나온 공간,

 

이제는 안다,

내가 머문 공간에는,

내가 있고,

그때의 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다는 사실을,

 

나는 쓴다,

공간을, 공간 속의 나를,

계속해서 쓴다,

 


  •  지금까지 두 번째 스파이시 만다린 프로젝트 [공간쓰기]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세 번째 스파이시 만다린 프로젝트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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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파이시 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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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것 : 요리한 것들을 찍은 사진, 좋은 플레이리스트, 날씨와 기분에 대한 감각,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

 

  1. 그날의 날씨를 만끽한다.

  2. 그 날씨에 어울릴법한 음악과 음식, 혹은 술을 떠올려본다.

  3.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 예전에 완성해놓고 찍은 요리들의 사진이나 저장해놓은 음악 앨범들을 찾아본다.

  4. 잠시 음식과 노래 같은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최근의 경험들을 되짚어본다.

  5.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을 적는다.

 


 

  사실 불특정 다수에게 취향을 보인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엔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소개해주고 싶은 것들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연재를 거듭할수록 상대의, 읽는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서 더 신경 쓰고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는다는 사실이 반년 넘게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 아주 사적인 취향으로 고른 사적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한 독자들과 믹스키트, 그리고 레시피의 영감을 준 여러 주변 사람들과 지나온 모든 날들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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