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파르바나
스파이시 바나나/[오늘의 레시피] 데킬라뮬 (끝) 2021. 7. 11. 03:12 |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 감독 : 노라 투메이 / 원작 : 소설 <Breadwinner> / 2017년
최근에 나딤 아슬람 작가의 <헛된 기다림>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아프간 여성 카트리나과 결혼해 그곳에 정착하개 된 영국인 의사 마커스와 그의 딸 자민, 자민의 애인이었던 데이비드,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던 소련 병사 베네딕트의 행방을 찾으러 온 그의 친누나 라리사, 나중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 측에서 활동하는 카사까지 여러 인물들을 중심으로 대략 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그 땅에서 벌어진 참상들을 그린 대서사이다. 여러 이해관계, 혹은 그릇된 신념들이 얽히고 설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희생자들의 수는 늘어만 간다. 이 소설을 덮고도 그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건,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은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분쟁에 대한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197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의 공산주의 정당인 인민민주당은 쿠데타를 일으켜 40년 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던 국왕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는다. 이 정권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여성을 정계에 등용하는 등의 개혁을 펼치는데, 이에 종교계에서 반발이 있자 정부는 이를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곧, 공산 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고, 정부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통치력을 상실하게 된다. 1979년 아민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직에 오르지만, 몇 개월 후 소련에 의해 암살당한다. 이후 소련이 등용한 인물로 구성된 카르말 정부가 출범한다. 카르말 정부의 안정화를 이유로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본격적인 소련의 침공이 시작된다. 이에 미국은 소련군에 맞서는 무자헤딘을 지원한다.
이렇게 1979년 시작된 소련-정부군과 반군세력 사이의 전쟁은 198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혼란은 계속되었다. 오랜 전쟁과 혼란을 틈 타 성장한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탈레반은 96년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사실상의 정권을 잡는다. 2000년 말, 탈레반은 국토의 95퍼센트 이상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렇게 탈레반은 약 7년 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그리고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은 테러의 가해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탈레반에게 인도를 요구했지만 그들은 이 요구를 거절했고, 이를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미국의 개입 이후 탈레반 정부가 무너지고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출범하지만, 탈레반은 끊임없는 반란 행위를 이어간다. 2014년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으며, 현재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 역시 병력을 전원 철수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탈레반은 벌써 국토의 3분의 1을 점령한 상태이다.
소설을 읽고,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에 대한 기사를 연달아 접하면서 예전에 보았던 영화 <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의 눈물>가 생각이 났다. 영화는 탈레반 집권 시기 파르바나라는 어린 소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 <Breadwinner> 를 기반으로 한다. 내용은 '집안의 기둥'이라는 제목 뜻에서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파르바나는 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나가 물건을 파는 일을 하고, 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이다. 하지만 어느 날 불온서적을 지녔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의해 아버지가 끌려가고, 엄마와 파르바나, 언니와 아주 어린 남동생은 먹고 살 길이 없어진다. 탈레반에 의해 여성의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경제활동 역시 철저히 금지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어 가족들은 꼼짝없이 집에 갇힌 신세가 된다. 남편을 찾으러 부르카를 쓰고 외출했던 파르바나의 엄마는 남편 없이 집을 나왔다는 이유로 심하게 구타당하고, 결국 파르바나는 자신이 소년으로 가장해 돈을 벌고 음식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시장에서 일을 도우며 남자 아이로 지냈던 파르바나는 역시 남장을 하고 돈을 벌고 있는 옛 친구 샤우지아를 만난다. 파르바나는 일을 하며, 돈을 모으며, 언젠가 아버지를 찾아 구출하리라는 목표를 가진다.
현실이 워낙 참혹하기에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럼에도, 파르바나가 남동생에게 해 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끈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언젠간 끔찍한 이 현실이 끝날 것이라는 믿음의 끈.
- 다음 주 토요일(7월 17일)에는 마지막 레시피가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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