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 Clueso / 앨범 : Flugmodus - Single (2020)


  나는 노래를 들을 때 주로 가사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멜로디가 좋아도 가사가 뻔하거나 지루한 노래들은 잘 듣지 않게 된다. 웃긴 건, 종종은 아예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된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노래들을 들을 땐 멜로디보다도 노랫말 자체가 주는 감각이 좋아서 그냥 한없이 듣고 있게 된다. 중국어로 된 랩이나 태국어의 밴드 음악, 러시아어로 된 힙합이나 스페인어의 팝 음악들. 불어로 된 오래된 노래를 듣기도 하고, 독일어를 배우면서는 독일어권의 노래들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독일어의 발음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들어도 독일어 가사는 듣기에 그리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몇 번 듣다가 질려버리는 순간이 자주 있는데 이 노래만큼은 꾸준히 계속 찾아 듣게 되는 노래다.

 

  유튜브에서 노래 추천 동영상을 보고 처음 듣게 된 노래인데, 마침 노래를 들은 계절은 여름이었다. 발매된 시점이 여름이기도 하고 노래도 여름과 아주 잘 어울려, 어느 계절에 들어도 따뜻한 여름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노래인 것 같다. 지금 이 계절에 들으면 더없이 좋다.

  제목인 Flugmodus는 비행기 모드라는 뜻이다.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 두고, 눈을 감고, 그대로 여름의 해변가에 있는 기분을 느껴보라는 내용이 주된 가사다. 물론, 네 옆에는 내가 있다는 달달한 가사도 빠지지 않는다. 듣고 있으면, 자연이 울창한 휴양지의 느낌이라기보단 도심 속 강가 근처 인공 해변 같은 데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쁜 도시 안에서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롭게 보내는 평일의 낮 같은 느낌.

 

  노래를 만든 Clueso는 독일 에어푸어트(Erfurt) 지역에서 태어나, 2001년 <Text und Ton>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했다. 가수이자 래퍼이자 프로듀서로 본인이 곡도 만들고 랩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 뮤직비디오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대신 노래만 들을 수 있는 비디오를 가져왔다.

 

  2021년 올해, Flugmodus와 다른 신곡들이 실린 앨범 <Leider Berlin> (직역하자면, '유감스럽게도 베를린' 정도..?) 이 발매되었다. 앨범 이름은 가장 최근에 발매된 곡 'Leider Berlin'에서 따 온 것인데, 독일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수도 베를린을 향하는 와중에 Cleuso는 십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의 고향인 Erfurt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것을 테마로 만든 곡이라고 한다. (가사를 찾아보니 나는 여기 이 도시에 남아있는데 너는 유감스럽게도 베를린으로 떠나버렸어, 라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보단 같은 앨범에 실린 'Du warst immer dabei'라는 곡을 더 좋아한다. '너는 항상 함께였어'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노래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 온 친구와의 시간을 추억한다. 계속 반복되는 가사 중에 '많은 것들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웠어, 왜냐면 네가 함께였으니까'라는 구절이 있는데, 우정을 추억하는 아름다운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흑백의 도시 풍경이 묘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노래가 건네는 말 때문일까

 


 

Clueso - Flugmodus

 

Schwarze Wolken, eisblauer Swimmingpool

검은 구름들과 청록색의 수영장

Ich hör deiner Stimme zu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어

 

Und es ist alles okay

그리고 모든 게 괜찮아

Alles gut, Augen zu, Flugmodus an

모든 게 좋아, 눈을 감고, 비행기 모드를 켜

Baby, ich bin gleich da

내가 곧 거기 있을게

Du bist bei mir, ich bin bei dir,

너는 내 곁에 있고, 나는 네 곁에 있어

komm lass dich fallen

어서, 네가 떨어지게 둬

Rückwärts in den Treibsand

뒤에 흐르는 모래사장으로

 

Wolkenlos, weißes Bett, halt dich fest

구름 한 점 없고, 하얀 침대, 꽉 잡아

California King Size

Du bist bei mir, ich bin bei dir,

너는 내 곁에 있고, 나는 네 곁에 있어

komm lass dich fallen

어서, 네가 떨어지게 둬

Wir fallen

우리는 떨어져

rückwärts in den Treibsand

뒤에 흐르는 모래사장으로

 

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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