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시 토마토' 29건

  1. 2021.08.22 [단막금 12] 환란의 세대
  2. 2021.08.08 [단막금 11] 숲 속에서
  3. 2021.08.03 [공지] 뉴-버전
  4. 2021.07.23 [단막금 10] 혼자 있는 방
  5. 2021.07.09 [단막금 9] 오후 네 시

 

  • 환란의 세대

 

  두 사람, 각자의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각각 다른 장소에 있다. 두 사람의 노트북에는 화상 전화 창이 떠 있다. 화면 안에 각각 수와 이의 얼굴이 보인다.

 

     안녕.

     안녕. 

     오늘은 어때?

     항상 똑같지. 그래도 오늘 하늘은 비교적 잠잠해. 너는?

     마찬가지야. 아, 오늘 아침에 잠깐 우박이 내렸었어. 알맹이가 꽤 컸지 아마? 그 작은 창문마저도 깨질까 봐 좀 걱정이었어.

     이런, 별 문제 없었어?

     응, 다행히. 

 

  짧은 사이.

 

     오늘은 얼마나 오래 볼 수 있어?

     오늘은 일이 좀 많아. 음식을 구하러 가야 해서 그전에 전화를 충전시켜야 하거든. 너도 알겠지만, 전화기 충전하는 데 전기가 많이 들잖아.

     그렇지.

     그래서 오늘은 한 십 분 정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어. 그런데 괜찮겠어? 또 우박이 내릴 수도 있잖아.

     (잠시 웃는다)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 게 무서웠으면 난 벌써 집에서 굶어 죽었겠지.

     하긴. 그런데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장은 새벽에 열리잖아.

     그래도 여긴 음식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해가 지기 전에만 다녀오면 돼.

     내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신경 쓰지 마, 괜찮아. 일은 어땠어?

     괜찮았어. 오늘은 사이렌 소리도 없고. 이상한 게, 매일 듣는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어쩐지 기분이 찜찜한 거 있지.

     그런 날도 있어야지.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몇 달 전에도 그런 날이 있었어. 하늘도 깨끗하고 사이렌 소리도 없이 조용했던 날. (사이) 그날 밤에 여기서 삼십 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가 땅으로 꺼졌어. 지반이 무너져서.

     기억 나, 네가 얘기해줬던 거. (사이) 별일 없을 거야.

     그렇겠지.

 

  사이

 

     사실 이젠 뭐가 일어나도 별로 이상한 일 같지가 않잖아. 

     그래, 매번 놀라기엔 이제 지치기도 하지. 

     내 하루 중에 가장 별난 일은 너와 통화하는 거야. 

     내 얼굴 보는 게 그렇게 이상해? 

     (웃는다) 아직 기분 좋은 일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해서. 

 

  수가 따라 웃지만 곧 미소가 잦아든다.

 

     그러지 마. 다른 기분 좋은 일도 분명 있을 거야.

     지금은 없는걸.

     만들어야지. 뭐라도.

     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너도 알잖아,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짧은 사이) 알았어. 

     걱정 안 해도 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겠지. 사실, 평소엔 기분 같은 거 따질 여유도 없고. 다만 내가 널 볼 수 있을 때까지 만큼은 너와 얘기하고 싶을 뿐이야.

     나도야.

 

  두 사람은 한참 화면을 응시한다.

 

     거긴 지금 몇 시야?

     밤 10시.

     통화하느라 계속 불을 켜 두고 있었겠네. 어서 불 끄고 자.

     너는 곧 나가지?

     응.

     네가 돌아올 때까진, 기다리고 싶은데.

     (웃는다) 나는 무사히 돌아올 거야. 우린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볼 거고. 빨리, 괜한 데 전기 쓰지 말고.

     어차피 다른 데 쓸 데도 마땅히 없어. 괜찮아. 그치만 알았어, 네가 곧 나가야 하니까. 이만 끊을게.

     그래. 잘 자.

     조심히 다녀와.

     고마워. 난 괜찮을 거야.

     나도 알아. 우린 괜찮을 거야.

     안녕.

     안녕.

 

  이의 화면이 먼저 끊어진다. 두 사람은 꺼진 노트북 앞에 잠시 앉아있다. 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 전원을 뽑고 전화기를 충전기에 연결시킨다. 이는 노트북을 닫고, 전등을 끄고, 탁자 바로 옆에 놓인 좁은 침대 위에 눕는다.


+ 이랑 님의 곡 <환란의 세대>에서 제목을 착안했습니다.

+ 그 동안 [단막금]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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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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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 속에서

 

  놀이터. 숲 속이다.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들이 놀이터 주위에 서 있다. 한때는 줄기가 굵고 울창한 나무들이었을 것이다.

  일은 형체만 간신히 남은 놀이터 벙커에 숨어있다. 가 놀이터 쪽으로 접근한다. 배낭도, 손에 든 것도 없이 홀로다. 일이 먼저 이를 발견하고 경계 태세를 취한다. 이는 일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누구야?

     쉬잇.

 

  일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이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벙커로 들어온다. 

 

     왜 여기 숨어있어?

     쉿. 조용히 해.

 

  이는 일의 옆에 나란히 앉아 일이 보고 있는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 

 

     (소리를 죽여 작은 목소리로) 여기 뭐가 있는데?

     몰라.

     그럼 왜 숨어 있어? (사이. 목소리를 조금 높여) 왜 조용히 해야 하는데?

 

  일이 깜짝 놀라 이의 입을 틀어막는다. 잠시 쥐고 있다가 손을 뗀다.

 

     깨우면 안 돼.

     뭐를?

 

  일은 대꾸하지 않는다.

 

     너 혼자야? 아는 사람 없어?

     없어. 언제부터 혼자였는지 기억 안 나. (사이) 너는?

     나 혼자 달려온 것만 기억해.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어.

     처음이었어? 그런 일이.

     아니.

     다행이구나 그럼.

 

  사이.

 

     여기 얼마나 있었어?

     낮이 세 번 왔다 갈 정도만큼. 그냥 쉬고 있는 거야. 너무 오래 걸었거든. 너무 오래, 조용히.

     이 주변에 살아있는 건 우리밖에 없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일이 이에게 경고하는 눈초리를 보낸다. 이는 과거에 나무였을 허물어진 더미들을 가리킨다.

 

     저걸 태운 것들?

     쉿.

 

  두 사람은 한참 말없이 앞을 본다. 

 

     계속 갈 거야.

     어디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사이) 회색은 그만 보고 싶어.

     그런 곳이 있나.

     몰라. 모르니까 가는 거지.

 

  일이 고개를 돌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같이 갈 거야?

     가도 돼? 같이?

     네가 조용히 한다고 약속하면.

     알았어.

 

  일이 배낭을 싸기 시작한다.

 

     언제 출발해?

     바람이 멎었을 때.

 

  두 사람은 벙커에서 나와 이가 온 맞은편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 방향대로 새카만 재 위에 발자국이 찍힌다.

 


+ 8월 20일 금요일에는 마지막 단막금이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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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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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파이시 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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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있는 방

 

  방 안. 여자가 있다. 방 안의 창문은 모두 닫혀 있고 방 밖에서도 안에서도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냉장고 소리와 가끔씩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빼고는 고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다. 여자는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다. 머리칼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르자 선풍기를 끈다. 여자는 벽에 등을 대고 기대앉는다. 잠시 허공을 보고 앉아있는다. 여자는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고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쳐다본다. 메시지를 전송하는 소리. 곧 핸드폰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말에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여자는 웃지 않고 화면을 잠시 쳐다본다.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여자는 깜짝 놀라 자세를 바꾸고,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

 

여자     여보세요? (짧은 사이) 응 잘 지내지. 너는? (사이) 응. 그렇구나. 맞아 나도 요즘 그래. (사이) 모르는 것 투성이야. 응.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또 누워 있다가 정신 차리면 저녁이고. (사이) 요즘 해도 길잖아.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고 나면 없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사는건지 모르겠어. (사이) 일을 늘려야 할까 봐. 돈이라도 벌게. (사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욕이 막 넘쳤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겠어. (사이) 할 일이야 많지. 근데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잠이나 자고 드라마나 보고 그랬으면 좋겠어. (여자가 웃는다) 맞아, 그럼 또 그다음에 오는 그 모든 거지 같은 기분을 견딜 수가 없어. 그냥 악순환의 반복이야.

 

  긴 사이. 여자는 전화기 너머 상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고, 짧은 대답들을 한다.

 

여자     이런 게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건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겠어 지금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예상하고 싶지 않고, 기대하고 싶지 않은데 또 기대하고 기다리는 게 없으면 살 수가 없어. (사이) 이왕 망하게 된 거, 라는 그 가정이 너무 무서워 나는. 지금 세상에는 이것도 욕심이고 사치일까? (사이) 응. 그치. 그래야지. 

 

  사이. 여자는 방 바닥에 흩어진 얇은 머리칼들을 한 데 모은다.

 

여자     응. 고마워, 전화해줘서. (사이) 당연 그래야지. 또 연락하자. (사이) 그래, 안녕.

 

  여자는 핸드폰을 바닥에 두고 모아둔 머리칼을 휴지통에 버린다. 그리곤 집 정리를 하다가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다시 메시지를 전송하는 소리. 책상 위에 핸드폰을 엎어두고 침대 위에 쌓인 옷가지를 정리하는 여자. 곧 메시지 도착 알림 소리가 난다. 여자는 잠시 동작을 멈추지만 곧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핸드폰을 본다. 메시지를 읽으며 미소 짓는 여자. 문자에 답장을 한다.

  여자는 방을 둘러본다. 벽에 등을 기대고 쭈그리고 앉는다. 울음이 갑자기 터져나온다. 전화 때문도 아니고, 문자 때문도 아니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 때문일 수도 있다. 여자는 소리 내어 울려고 노력한다. 엉엉 우는 소리가 마치 쥐어 짜낸 것처럼 나온다.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던 여자는 양 손으로 얼굴을 닦고, 숨을 고른 뒤 다시 일어선다. 여자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 [단막금 11]은 8월 6일 금요일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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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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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네 시

 

  오후 네 시의 카페. 두 사람이 작은 사각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오후의 햇살이 카페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사람이 너무 많지도, 아주 적지도 않아 적당한 소음이 가게를 채우고 있다.와 은 편안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이 잘 맞다니 다행이야.

     처음엔 정말 싫었는데, 알잖아, 나 일찍 못 일어나는 거.

     응. (사이) 늦게 출근해도 되는 회사는 없냐면서 징징댔지, 맨날.

     그니까. 네가 끈질기게 매일 깨우지 않았으면 나 한 달도 더 못 나가고 그만뒀을 거야. 

 

  수,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면허 따고, 차도 있고, 이제 지하철로 다닐 필요가 없어져서 훨씬 나아. 

     잘 됐네.

     응. (사이) 넌? 아직 박물관에서 일해?

     어, 정직원 됐어.

     잘됐다! 계약직 끝내고 싶어 했잖아.

     근데 일은 뭐, 똑같지. 

     그래도. 

     승진하면 그래도 일이 좀 더 많아질 것 같아. 좀 새로운 업무도 해보고.

     금방 그렇게 될 거야. 축하해.

     고마워.

 

  짧은 사이

 

     이 동네 얼마 만에 온 거야?

     이쪽은 올 일이 거의 없어. 몇 주 전인가 한 번, 구청 갈 일이 있어서 잠깐 왔었어.

     그랬구나. (사이) 안 그리웠어?

 

  잔과 수의 시선이 잠시 마주친다. 수,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올 시간도 없고. 주말에 시간 날 땐 집 밖에 나가기가 싫더라고.

 

  잔, 미소 짓는다

 

잔     오늘은 나와줘서 고맙네. 너 온 김에 여기 산책이나 갈까? 우리 자주 가던 루트 있잖아. 하천 따라서 걷다가 공원에서 앉아 있다가 간식 사 먹고 했던.

     (살짝 웃는다) 비 올 땐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속상했는데.

     그럴 땐 맨날 여기 왔었잖아.

     그랬지.

     오늘은 저 자리에 사람들이 있어서 아쉬워. 우리 자리였는데. (사이) 아, 너 그거 알아? 그 핫도그 집 주인 이제 다른 사람이야. 멀리 이사 가신다고, 가게 넘겨주기로 했대. 아주머니가 네 안부 물어보시더라. 

     (사이) 그래서, 뭐라고 했어?

     (사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어. 아, 그리고 거기 아이스크림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말을 끊고) 이제 이런 얘기 그만 하자.

 

  잔, 수를 쳐다본다.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아니 그냥, 계속 옛날 얘기하는 거, 우리가 이러는 거 좀 그런 것 같아.

     뭐가 좀 그래?

     우리 헤어졌잖아.

     그럼 이런 얘기도 못 해?

     그냥, 넌 너고 난 나잖아. 우리 각자 삶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그냥, 그런 얘기나 하면 안 될까.

     지금까지 그런 얘기 했어. 여기 오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이 동네에서 우리가 같이 살았던 게 몇 년인데 얘기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어차피 지난 일이잖아.

 

  잔, 수를 바라본다. 언뜻 노려보는 눈 같기도 하다.

 

     되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같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그냥 지난 일이라고. 

     그러니까, 지난 일. 너한텐 그 모든 게 그냥 지난 일 하나로 설명되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사이) 그렇다고 다 지난 일이란 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

 

  잔, 커피를 마신다.

 

     혹시 애인 생겼어?

     뭐? 갑자기 왜 그 얘기가 나와?

     아니, 네가 이러는 게 혹시 지금 애인이 있기 때문에 불편해서 그런 건가 해서. 

     그런 거 아니야.

 

  사이

 

     그럼 정말 너한테는 지난 일인 거구나.

 

  잔, 떠날 채비를 한다.

 

     먼저 가볼게. 미안해.

     잔.

     내가 너무 서둘렀나 봐. (사이) 내가 우리에 대해 너처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때 다시 만나자. 

     (힘을 주어) 잔.

 

  잔, 동작을 멈추고 잠시 수를 바라본다. 수, 말을 꺼내지 못한다. 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떠나려 한다.

 

수     나도 아직 기억해. 전부, 자주.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아니야.

 

  잔, 수의 말을 듣는다. 잔은 대답하지 않고 카페를 나간다. 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카운터로 간다. 안쪽 소파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떠난다. 그 자리를 바라보는 수. 수는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하고 사람들이 막 떠난 소파에 앉아 몸을 파묻는다.

 

  밖으로 나간 잔은 공원으로 가는 길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 [단막금 10]은 7월 23일 금요일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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