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구저쩌구 2] 4월 1일 일기, 수목  

 

  4월 1일 (목)

 

  몇 달 전 무기력함에 대해 생각했다. 무기력한 삶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살고자 하는 욕구는 가장 원초적이고 1차적인 욕구인데 그것과 멀어진다는 것, 혹은 멀게 ‘느낀다는 것’이 신기했다. 삶의 반대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죽음과 가까운 감정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무력함의 중심이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아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언제 아픔을 느끼는가? 상처가 났을 때, 병에 걸렸을 때, 모두 죽음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상황들이다. 그러므로 아픔은 삶의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일종의 지표이다. 아픈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살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최근에는 아픔이 생각보다 객관적인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는 상대적이지만 그 존재여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것을 한 번 인식하는 순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것과의 상관관계를 끊어내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종종 겪는 아픔은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우리는 아픔으로서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진다.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은 아픔이다. 


  •  [어쩌구저쩌구 3]는 4월 10일(토)에 업로드됩니다. 
Posted by 스파이시 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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