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복습
스파이시 두리안/[복습] 무림고수 (끝) 2021. 3. 14. 17:21 |-
스파이시 두리안 두 번째 창작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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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복습, 무림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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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프로젝트인 [복습]의 일일 구성은 :
과거에 무림이 쓴 일기를 스캔한 이미지,
현재 무림이 그 일기를 보고 쓴 글 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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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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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무림이 쓴 일기를 스캔한 이미지_예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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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무림이 그 일기를 보고 쓴 글 한 쪽_예시.txt
2007년 12월 11일 화요일 날 작성된 이 일기에서는 낯섦이 느껴진다. 이 일기 속에서 새로운 방일초등학교로 전학 가서 낯섦을 느끼는 나도, 이 일기를 쓴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에게 다른 사람처럼 낯설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둔 일기장들이 가득 찬 플라스틱 상자를 열어 맨 위에 놓인 일기장 세 권을 꺼냈다. 어떤 절박함이라고 해야 하나, 선견지명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생각해보면 감으로만 짐작되는 이유로 엄마는 우리(나와 동생)가 써온 일기장들을 그 많은 이사들을 거쳐 오면서도 놓아주지 않았다. 그 만큼이나 많이 쌓여있던 과거 학교들의 생활기록부들, 상장들, 박물관과 미술관 도록, 공연장 팜플렛들이 하나하나 찢겨 버려지는 와중에서도, 여러 번의 “이거 사진 찍어두고 버리면 안 돼?” 속에서도 셋(엄마와 나와 동생)의 암묵적인 약속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다 드디어 그 ‘사진으로 디지털화’의 오늘이 와버린 것이었다. 몇 달 전 구입한 아이패드의 고성능 카메라 덕분에 이 일기장들을 복사집에 맡기지 않고도 스캔을 한 것처럼 PDF로 만들어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왜 굳이 원본을 보관하지 않은 채 디지털화를 해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가장 단순한 이유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차지하는 면적들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이 일기장들이 우리를 유령처럼 따라다닌 그 세월들을 무시하는, 불충분한 변명이다. 정말로 이걸 하는 이유는 이 유령, 과거, 기억들을 하나하나 사진 찍고 읽어보며 일종의 복습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나에 대해서 하는 복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가 이 일기장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어떤 감을 갖고 있었듯이, 나도 이 일기장들을 언젠가 한번 복습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맴돌았다. 이 프로젝트를 생각만으로 상상 해보았을 때 과도한 나르시시즘 또는 유아적 세계관에 다시 빠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아직도 걱정이 된다). 하지만 첫 번째 종합장을 폈을 때 14년 전 이 일기를 쓴 나는 거의 다른 아이로 느껴졌고, 그 아이의 가족은 현재 내 옆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인물, 그 아이가 겪은 사건들은 내게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느껴졌다.
이 이유만으로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프로젝트가 아니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연재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나의 문장들에서 ‘나’라는 단어를 완전히 소진시키고 더 이상 질려서 써버릴 수 없도록 만들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순히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일기들을 쓴 아이가 그다지 재미있는 아이인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과 이 일기들만이라도 공유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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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프로젝트 [복습]은 복습할 일기장이 모두 소진될 때 까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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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9일(금)에 [복습 1]이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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