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친구의 결혼식

 

  봄, 토요일 낮의 결혼식장. 젊은 사람들이 많다. 가 는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다. 가 의 친구들이 오며가며 끊임없이 가와 인사를 주고받는다. 나 가 들어온다. 가 와 함께 있던 친구들은 그녀를 모르는 눈치이다. 하지만 가 는 단번에 나 를 알아보고, 다른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곧 가 와 나, 둘만 남는다.

 

     왔구나!

     응, 덕분에. 청첩장 보내줘서 고마워.

   그럼, 너한텐 당연히 보내야지. 직접 못 줘서 미안해. 동아리 친구들한테는 단톡방으로 청첩장을 보냈는데 거기에 네가 없더라구. 그래도 잘 전달받았다니 다행이야.

나     그러게. 내가 괜히 번거롭게 한 것 같네.

가     아냐, 그런 거. 전혀. 사실 너 나가고 단톡도 그냥 흐지부지 되고. 그 전부터도 그랬긴 했지만. (사이) 다들 바쁘잖아.

나     그렇지. (사이) 오늘 다들 왔으려나? 아직 아무도 못 봐서. 궁금하네,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맞아, 나도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다.

    안 그래도 너한테 그전부터 계속 연락하고 싶었어. 동아리 여자애들은 진짜 언제 한 번 만나고 싶었거든. 

     뭐야, 그럼 연락하지 그랬어. 나도 너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가끔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그랬어.

    아 정말? 그랬구나. 연락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한참을 소식 없이 지냈잖아. 갑자기 얼굴 보자고 얘기 꺼내는 게 좀, 그렇더라고.

가     맞아. 쉬운 일은 아니지.

나     그래도 너 덕분에 이런 기회 생겨서 정말 좋다. 그것도 이런 좋은 일로.

    식 끝나고 다같이 뒷풀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그런 거 있잖아, 외국처럼 막 밤까지 파티하고 그런 거.

나     그러게. 근데 일반 예식장에선 그런 것까지 안 해주지?

   뭐 비용 문제도 있고, 직접 준비하려면 시간도 돈도 많이 들고. 그리고 사정 때문에 결혼식 끝나고 바로 신혼 여행을 가야 돼서, 어차피 계획할 수도 없었어.

    아, 너희 바로 신혼여행 가는구나. 요즘은 많이들 미루던데. (짧은 사이) 낭만적이다.

    나는 미루고 싶었지. 차라리 집에서 쉬는 편이 더 좋은데, 신혼여행은 결혼식 당일에 꼭 가고 싶다고 하는 통에. 회사 휴가도 이미 받았다고 하고.

 

  가 가 말을 생략하며 눈을 찡긋한다. 걔가 그렇다니까.

 

    피곤하긴 하겠구나. 그래도 허니문은 자주 있는 게 아니니까, 잘 놀고 와.

     그치? 허니문은 한번 뿐이니까.

 

  나 는 허니문이 한 번 뿐이라는 보장은 없잖아, 라는 말을 삼키며 싱긋 웃는다.

 

   그럼, 다른 친구들도 만나야 할 테니까, 나는 밖에 나가 있을게. 

   그래 그래. 아, 나가기 전에 같이 사진이나 찍자. (옆자리를 손을 짚으며) 여기 앉아.

 

  나 가 의자에 앉고 두 사람은 다정하게 사진을 찍는다.

 

     (신부 대기실을 나가면서) 이따 신부 입장 잘 해!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고마워.

 

  나 는 신부 대기실 입구 근처에 있는 다 에게 다가간다. 다 는 눈앞에 등장한 나 를 보고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오랜만이다?

    어, 너도 왔구나.

     응, 청첩장 받았어.

    어, 들었어. 빨리 왔네, 식은 아직 한참인데.

    어쩌다 보니 버스를 좀 빨리 타서. (사이) 축하해. 저렇게 좋은 사람이랑 결혼도 하고. 너 복 받았다 야. 

    그치.

     네가 이렇게 결혼을 빨리 할 줄···, 알았어. 

    아, 그래?

나     응, 너 맨날 '가장' 되고 싶어 했잖아.

    뭐, 6년 사귀었음 결혼할 때도 됐잖아.

    결혼할 때가 뭐 정해져 있나. 만난 햇수로는 6년이어도 너네 나이로 보면 아직 한창인데.

    뭐 한창 땐 결혼하면 안 되냐?

나     아니? 그냥 신기해서 그래. 내 또래 중엔 너네가 제일 먼저 결혼하는 커플이거든.

다     네 주변에선 그런가보지.

    아, 뭐, 그럴 수도 있고. 

 

  짧은 사이. 그때 누군가 다 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넨다. 다 는 양손으로 악수를 하며 허리를 연신 굽히며 감사 인사를 한다. 나 는 다 가 인사를 마칠 때까지 옆에서 기다린다. 다 는 불편한 기색이다.

 

    어디 가서 차라도 마시고 있어. 아직 시작하려면 좀 남았는데.

    갈 거니까 걱정 말아. 이거 하나만 말하고 가려고.

 

  나 는 다 에게 가까이 다가가 은밀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 진짜 내 친구한테 잘 해.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렇게 뭣같이 굴지 말고. 

 

  나 는 다 를 뒤로하고 예식장 내 카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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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킬라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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