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 12] 2007년 6/24 (일)
스파이시 두리안/[복습] 무림고수 (끝) 2021. 6. 24. 23:00 |- 2007년 6/24 (일), 무림고수
초등학생의 방학은 대학생의 방학보다 짧다. 언젠가 어렸을 때 엄마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언니가 내리자 엄마가 나에게 “대학생들은 벌써 방학이래. 부럽지?”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렇게 대학생이 된 지금, 그래, 이제는 초등학생보다 빨리 맞은 방학이다. 아니, 사실은 방학이라기보다 종강이다. 방학의 시작이라는 것보다는 지긋지긋한 학기의 끝이라는데 더 기쁘다. 그때 지나간 그 대학생의 언니의 마음도 이랬을까.
어렸을 때는 어떤 마음으로 방학을 맞이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방학식을 하는 날은 수업이 빨리 끝난다는 것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후에 ‘이번 방학은 이렇게 보내야지’하고 부푼 마음으로 계획은 세웠었던가. 이때까지도 동그란 시계모양의 방학용 시간표를 그렸었던가. 엄마는 여름방학 기간이 포함된 일기장의 표지는 특별하게 꾸며주곤 했다. 때문에 표지에 ‘신나는 여름 방학’이라고 쓰여 있는 이번 일기장에 담겨있는 이번 일기는 만족스럽게도 초등학생의 신나는 여름방학의 날들 중 하루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과거 이 날의 일기는 아직 방학이 시작되기 며칠 전의 일기였음을 확인했을 때 조금 실망했다고 해야 할까. 여름과 방학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 일기가 방학 중의 일기였더라면 이번 방학 또한 그렇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헛바람이 날아가 버렸다고 해야 할까. 돌이 흙이 될 수는 있지만 흙이 돌이 될 수는 없다. 여름방학이 아니었던 그날은 이제 와서 여름방학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돌이 된 흙을 발견하고 공룡똥이라고 명명한 그날의 여름방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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