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 6] 2007년 4/20 (금)
스파이시 두리안/[복습] 무림고수 (끝) 2021. 4. 20. 23:17 |- 2007년 4/20 (금), 무림고수
이 시기의 내 일상을 다시 생각해보면 바쁜 이중생활의 연속이었지 않았나 싶다. 엄마는 주말에는 물론이고 학교를 가는 평일에도 나와 동생을 데리고 바쁘게 어디론가 가곤 했다. 그러한 날은 엄마가 학교가기 전 나에게 ‘학교 끝나고 바로 집으로 와’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는데, 그러한 미션을 받은 나는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이 미션을 완수하는 일만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 아이 둘을 데리고 의정부에서 서울로 나가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우리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버스를 타야했고, 또 서울은 지하철을 타고 기본적으로 한 시간은 넘게 나가야 했다. 또 당시 스마트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마는 오직 미리 적어온 가는 방법을 참고해서만 가고자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미 체험 학습지를 돌아다니느라 지쳐버린 아이들 데리고서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 날은 날씨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듯한 날이다. 내가 가기 싫다고 엄마한테 직접적으로 얘기했는지 안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상청에서 보고 배운 내용보다 험난했던 기상청에 가는 길이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런 날처럼 힘듦이 예상되어 나와 동생이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날에는 엄마는 잘 구경하면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우리를 구슬렸다. 하지만 외출을 나가서 외식을 했던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을 보아, 그 ‘맛있는 것’은 주로 빵이나 편의점 음식, 분식과 같은 간식류였던 것 같다. 특히 회룡역 내 간이매점에서 팔았던 매운 오뎅은 우리가 꼭 어딘가 다녀오는 길에 보상으로 받곤 했던 간식이었다. 천원에 매운 오뎅 꼬치 3개를 팔았는데, 2천원을 냈을 때 내 몫인 꼬치 2개를 아쉬워하며 먹었던 것이 기억에 난다. 그 분식집은 지금은 회룡역 옆 상가로 자리를 옮겨 장사를 하고 있다.
가끔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초반의 미션을 수행하듯 빡빡했던 나의 생활이 초등학교 시기 이러한 경험에서 온 버릇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른 학교에서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데 이동시간이 10분이라면 매주 수업시간마다 달려서 이동을 했을 정도로, 불가능한 스케쥴을 가능하게 만드는 오랜 기간 몸에 박힌 습관. 물론 지금은 최대한 몸을 아끼자는 주의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다시 그런 빡빡함을 수행할 날이 언제 오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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