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빵
바질 페스토를 처음 먹어봤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나 싶었다. 장 봐온 짐을 정리하고, 빵 한 조각에 발라 맛만 보자고 생각했던 게 두 조각, 세 조각이 되었던 게 생각난다.
그 뒤로 바질 페스토는 항상 냉장고에 쟁여놓고 싶은 음식 리스트에 올랐는데, 한 번 뚜껑을 열면 며칠 이내로 최대한 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막상 그리 자주 찾진 않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 전, 오랜만에 바질 페스토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고, 이제 바질 페스토의 수명이 삼일 정도 남은 시점이 되었다. 서둘러 바질 페스토를 소진시켜야 한다는 조급함과 함께 오늘은 바질 페스토를 넣은 파스타와 아침 식사로 종종 해 먹곤 하는 바질 페스토 빵을 소개하려고 한다.
준비할 것은 당연 바질 페스토. 여기에 파스타 면과 마늘, 올리브유만 있다면 간단하게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의 응용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올리브유을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 때처럼 많이 두르지 않는 것이다. 마늘이 촉촉하게 볶아질 수 있을 정도로만 기름을 두르고(그러니까 한 두어 번) 약한 불에서 마늘을 볶아준다. 면 삶을 물에는 소금을 충분히 쳐 주고, 면이 적당히 익으면 팬에 옮겨 담아준다. 그다음 바질 페스토를 한 큰 술에서 두 큰 술 정도 넣고** 면과 마늘, 올리브유를 잘 섞어주면 끝. 간을 보고 심심하다 싶으면 소금과 후추를 쳐준다.
*[오늘의 요리] 알리오 올리오 레시피 편 참고.
**기호에 따라 양은 달라질 수 있는데 2인분에 두 큰 술에서 정도면 은은한 바질 페스토 맛의 파스타가 완성된다고 보면 된다.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나면 항상 애매한 분량이 남는다. 바질 페스토 빵은 남은 바질 페스토와 식빵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탄생한 레시피다. 매번 식빵으로 토스트만 만들어 먹는 것에도 질리고 빵 위에 그냥 바질 페스토만 발라 먹는 것도 밋밋하게 느껴져 그 위에 토마토 슬라이스를 올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게 파마산 치즈를 갈아 뿌려준 다음 오븐에 5분에서 10분 정도 살짝 구웠는데, 맛 없을 수 없는 조합이 모였으니 역시는 역시였다. 바질 페스토의 약간의 텁텁함과 느끼함을 토마토의 상큼한 맛이 잡아주어 그야말로 완벽한 궁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레시피에 쓰일 빵으로는 이왕이면 식빵, 모닝빵, 바게트처럼 무언가를 발라먹기 좋은 담백한 빵으로 고르는 게 좋다. 토마토는 크기가 어떤 걸 쓰던 상관이 없고, 파마산 치즈는 없다면 생략해도 괜찮다. 해보진 않았지만 체다 치즈같이 슈퍼에서 구하기 쉬운 치즈를 잘게 잘라 뿌려주는 식으로 응용해볼 수도 있겠다. 오븐에는 예열 없이 180도 정도로 10분, 오븐이 없다면 에어 프라이어에 역시 180도 정도로 5-10분, 혹은 팬 위에 뚜껑을 덮고 약불에 빵이 바삭해질 때까지 두면 된다. 구운 직후에는 토마토가 많이 뜨거울 테니 주의해서 먹도록 하자.
마침 바질 페스토로 글을 쓰게 되어 덧붙이는데, 집에 초록색 식물들을 들여놓고 싶다면 그 중 하나는 바질로 선택해보기를 추천한다. 요리를 할 때 잎을 따서 바로 넣어 먹기도 좋고, 키우기도 아주 간단하다. 예전 집에서 바질을 키울 때 자꾸 물 주는 걸 깜빡해 축 늘어져 있는 상태를 자주 목격했는데, 한 번 물을 잔뜩 주고 기다리면 그다음 날, 심지어 그날 오후에도 잎이 다시 싱싱하게 살아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잎을 따서 몇 조각 요리에 넣어도 새로운 잎이 계속 자라나니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끔씩 손으로 잎을 살짝 쓸어주면 금세 향기가 손에 배어들었는데,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바질이 점점 무성하게 자라나면 언젠간 바질 페스토 만들기에 직접 도전해볼 수도 있겠다.
***물론 다시 키우게 된다면 정성을 다해 물을 주고 돌봐줄 것이다.
🌱 바질 페스토 파스타 간단 정리 🌱 준비할 것 :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면, 마늘, 올리브유, 소금, 후추
1. 면 삶을 물을 올리고 마늘을 편썬다. 2. 올리브유를 두어 바퀴 두르고 마늘을 약불에 익힌다. 3. 물이 끓으면 소금을 넉넉히 치고 면을 삶는다. 4. 삶아진 면을 팬 위에 옮기고 바질 페스토를 두 큰술(2인분) 정도 넣어준다. 5. 바질 페스토와 면, 마늘과 올리브유를 잘 섞어준다.
1. 토마토는 슬라이스해 준비한다. 2. 빵 위에 바질 페스토를 고르게 바르고 넓게 자른 토마토를 올려준다. 3. 파마산 치즈를 뿌리고 오븐/에어프라이어/팬에 넣어준다. 4. 오븐과 에어프라이어에는 180도로 5-10분, 팬 위에서는 약불로 빵이 적당히 구워질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