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뮬 2021. 2. 18. 17:55

 

  파스타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알리오 올리오는 항상 맛을 내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그저 까다로운 음식이라고만 생각하고 언젠가부터 시도하기를 그쳤는데, 어느 날 룸메이트가 된 친구로부터 알리오 올리오를 대접받았다. 그 친구가 요리를 잘 하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마늘을 썰고, 면을 삶고, 올리브유를 두르고, 그저 몇 번의 과정만 거쳤을 뿐인데 금세 근사한 파스타가 탄생했다. 태어나서 가장 맛있는 알리오 올리오를 맛본 첫 번째 순간이었다. 요리를 정말 잘 한다고 찬사를 보내는 나에게, 친구는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날의 파스타를 생각하면, 편안하고 맑은 웃음을 가졌던 그 친구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함께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가 함께 떠오른다. 그 황홀했던 맛과 함께.

 

  그 뒤로 다시금 열정을 불태워 알리오 올리오를 시도해보았지만 번번히 그 친구의 맛을 재현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아무래도 나는 이 파스타를 요리하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 애인이 만들어준 알리오 올리오를 먹게 되었다. 낯선 도시로 이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 적응이 힘들어 약간은 울적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던 중에, 파마산 치즈와 바질 잎이 정성스레 올라간 알리오 올리오가 식탁 위에 놓였다. 잔뜩 집중하는 표정으로 마늘을 볶던 애인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던 그 파스타를 한 입 먹으니 낯선 도시에서의 앞으로의 생활이 이 사람과, 함께 나누는 음식과 함께라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닐 거라는 용기가 피어났다.

  이것이 두 번째 순간이다. 가장 맛있는 알리오 올리오와의 두 번째 만남.

 

 그래서 알리오 올리오는 나에게 따뜻한 사랑의 맛으로 기억된다. 내가 만드는 데에는 한참 서툴지만 누군가로부터 애정과 함께 대접을 받았던 음식. 배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주었던 식사. 내 기억 속 친구와 애인의 가장 맛있는 알리오 올리오는 여전히 오르기 어려운 경지이지만, 그 옆에서 보고 배운 레시피로 오늘의 요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필요한 것은 당연 스파게티 면과 마늘, 올리브유. 기호에 따라 페퍼론치노(혹은 매콤한 고추 아무거나), 파마산 치즈를 더해도 좋다.

  알리오 올리오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맛이 좋은 올리브유에 마늘을 잘 볶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알리오 올리오를 만드는 데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과정을 소홀이 넘겼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면 삶을 물을 먼저 불 위에 올려주고, 물이 끓는 것을 기다리면서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편마늘을 넣어준다. 올리브유는 팬을 얇게 덮을 정도로 넉넉히 부어주고 마늘은 1인분에 3알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약한 불에서 아주 천천히 마늘을 익혀준다. 매운맛을 원한다면 이때 페퍼론치노나 청양 고추** 등 매콤한 고추를 더해준다. 마늘과 고추는 절대 타면 안되니 불은 약하게 유지해야 하고, 마늘이 어느정도 노릇해졌다 싶으면 바로 불을 꺼준다. 마늘이 벌써 진한 갈색이 되었다면 파스타에서 탄 맛이 날 가능성이 높다.

  물이 끓으면 소금을 뿌려주고(면에 적당한 간이 배어야 한다), 면을 삶는다. 면이 익으면 마늘을 볶았던 팬 위에 면을 옮겨주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면수가 한 국자 정도 들어가야 하니 무턱대고 바로 면수를 버려버리지 말 것. 면이 따뜻한 상태이니 불을 다시 켜줄 필요 없이 면과 기름을 잘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간을 보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면 완성.

  과정만 놓고 보면 정말 간단한 요리인데 어떤 올리브유를 쓰는지, 마늘을 어느 정도로 익히는지에 따라 완성된 파스타의 맛은 굉장히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파마산 치즈를 갈아 뿌려주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늘은 면과 함께 씹어먹으려고 넣는다기 보단 기름에 은은한 마늘 향을 입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물론 이건 취향에 따라 원한다면 열 개까지 넣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럽 음식 레시피에서 마늘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 건, 유럽 마늘이 한국에서 나는 마늘에 비해 단맛이 약하면서 아리고 매운 맛이 훨씬 강해서인 것 같다. 나 역시 마늘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데 유럽 여행 중 음식마다 마늘을 다섯 여섯 알씩 사용했을 때, 한국에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마늘의 아린 맛으로 인한 속쓰림을 느꼈다. 물론 이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청양 고추를 사용한다면 마늘이 어느정도 익었다 싶을 때 썰어넣는 것을 추천한다. 고추 씨가 많이 나와 처음부터 마늘과 함께 볶아버리면 씨만 타버리기 쉽다.

 

 


 🧀  오늘의 요리 간단 정리  🧀

 

  준비할 것 : 스파게티 면, 마늘 3-5쪽, 올리브유, 소금, 후추

 

  1. 면수를 불 위에 올려두고 마늘을 편썰어준다.

  2. 넉넉히 두른 올리브유에 마늘을 약한 불에서 서서히 익힌다.

  3.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칠리 후레이크나 페퍼론치노, 청양 고추 등을 넣어주고 면수에도 간을 해준다.

  4. 마늘이 연한 갈색빛을 띄면 불을 끄고 익힌 면을 팬 위에 옮겨 담는다.

  5. 면수를 반국자에서 한 국자 정도 넣어주고 기름과 면을 잘 섞는다.

  6. 간을 본 뒤 소금과 후추를 더해주면 완성. 여기에 파마산 치즈를 뿌려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